'6개월 뒤 기본 혜택의 ×(곱하기) 2배'.
반년이 지나면 혜택이 2배가 된다는 개념을 도입한 외환은행의 '2X 카드'는 2012년 카드업계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6월 출시된 이후 7개월여 만인 지난달 말 기준으로 무려 73만7,390장의 카드가 발급됐다. 각종 규제로 카드시장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2X 카드'는 놀라운 실적을 거둔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 같은 '2X 카드'의 선전 뒤에는 권혁승(사진) 카드본부장이 있다. 외환은행이 론스타에서 하나금융의 품으로 돌아온 이후 권 본부장의 관심은 "급속하게 떨어진 외환카드의 점유율을 어떻게 하면 올릴까?"였다. 2003년 외환카드의 점유율은 4.5%였지만 론스타 체제 아래에서 성장보다는 관리만 치중한 탓에 2011년에는 2.8%까지 내려갔다. 지난 1978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신용카드 발급을 시작한 외환은행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은행내 '카드통'인 권 본부장은 '킬링 아이템'을 찾았다. 그래서 꺼내든 것이 '2X 카드'였다. 고객에게 높은 혜택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윤용로 행장 취임 직후 그동안 외환은행이 고객에게서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고 떠나간 고객을 되돌릴 수 있게 한다는 방침과도 들어맞았다.
권 본부장은 마케팅을 중시했다.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배우 하지원이 등장한 '2X 카드' 광고는 단연 돋보였다. 하지원은 '2X 카드'의 TV 광고 모델로 나왔는데 '하지원 카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객들에게 상품의 장점을 제대로 설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 본부장은 이색적인 홍보활동도 펼쳤다. 외환은행은 '2X 카드' 홍보를 위해 3편의 인터넷 단편 영화 시리즈를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었다. 외계인도 반한 '2X 카드'라는 설정으로 제작된 영화를 통해 20~30대에서 인기가 많았다. 이중 1편인 '주유소편'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퍼지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외환은행은 또 '2X 카드' 출시와 동시에 서울 151개 전지점에 신상품 출시를 알리는 현수막 광고도 했다. '2X 카드'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상품 구성도 다양화해 고객들의 선택폭을 넓히기도 했다. '2X 카드'는 20~30대를 겨냥한 '2X 알파카드', 30~40대용인 '2X 베타카드', '장년층이 쓰는 '2X 감마카드'로 나뉜다. 알파카드는 커피전문점에서 50% 할인이 핵심이고 베타카드는 학원비와 아파트관리비 10% 할인이 눈에 띈다. 감마카드는 의료비 10% 할인으로 고객의 입맛을 맞췄다.
절묘한 마케팅과 상품구성은 '2X 카드'의 성공 뿐만아니라 외환카드의 부흥까지 몰고 왔다. 2012년 외환카드는 전년 대비 총매출이 9.4% 성장해 17조7,000억원을 달성했다. 신규고객도 60.2% 증가한 142만명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신용카드 당월 이용 고객수도 기존의 130만명대에서 150만명으로 올라섰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1978년에 신용카드 발급을 시작했고 '2X 카드' 광고모델 하지원이 1978년생, 카드개발 실무자인 이원웅 과장이 1978년생으로 이래저래 인연이 많은 상품"이라며 "론스타 체제 하에서 타사에 비해 신규 신용카드 출시 건수가 줄어드는 등 위상이 낮아졌지만 '2X 카드'를 시발점으로 다시 옛 명성을 찾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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