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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의 인력난 타령
입력2002-09-25 00:00:00
수정
2002.09.25 00:00:00
'사람이 부족해 일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할 일은 넘쳐나는데 사람이 없다고 푸념하는 부서장들이 많다. 금감원은 은행ㆍ증권ㆍ보험회사 등 모든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권한을 갖는 국가경제의 핵심조직이다. 따라서 인원이 적다면 보충해줘야 한다. 하지만 금감원의 외형을 보면 이런 호소는 공허하게 들린다. 금감원은 22개국 5개실, 부산ㆍ대구ㆍ대전ㆍ광주 등 지방 4개 지원, 뉴욕ㆍ런던ㆍ도쿄 등 3개 해외사무소를 갖고 있는 방대한 조직이다. 24일 현재의 인력은 1,529명이다. 예산도 올해 1,731억원으로 작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도 인력난을 호소하는 부서장들이 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인력의 효율적 운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IMF 체제 돌입 후 은행을 중심으로 부실채권정리와 기업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하다 보니 그쪽에 인력이 집중됐는데 이런 요인이 해소된 지금도 인력구조는 여전하다. 은행중심의 간접금융에서 증권을 중심으로 한 직접금융 쪽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중심축이 이동됐는데도 조직은 여전히 간접금융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인원부족을 호소하는 부서도 공시감독국이나 공시심사실ㆍ회계감리국ㆍ증권검사국 등 대부분 증권시장 중심의 조직들이다. 1,506개 상장 및 등록기업의 회계감리를 책임지고 있는 회계감리국 인력은 30명이다. 여기에 실제 감리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공인회계사는 21명에 불과하다. 상장ㆍ등록기업 전부를 회계감리하는데 20년이나 걸린다는 자조섞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물론 금감원의 조직개편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재정경제부ㆍ기획예산처와 금융감독위원회간 업무재조정 논의가 불가피한 처지에서 당장 조직을 개편하는 것에 대해 한계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변신하는 기업과 조직만이 살아남는 게 현재의 기업 경영상황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금감원은 변신에 성공하지 못한 조직으로 볼 수 있다.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조직관리의 기본이다. 금감원은 인력난 타령에 앞서 인력이 제대로 배치됐는지를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정승량<증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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