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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자금 산업현장·증시로 풀리나

단기성 자금 은행유입 줄고 기업 대출은 증가 추세<br>'돈맥경화 현상 해소' 기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만을 맴돌던 시중자금이 산업 현장과 증시로 풀려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시 호조로 인해 상대적으로 단기성 자금의 은행 유입은 줄어든 반면 은행의 기업 대출이 늘면서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자금시장의 동맥경화)’이 해소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기업은행 등 5대 주요 은행의 자금 동향을 집계한 결과 이 같은 흐름이 포착됐다. 특히 이들 은행의 총 원화대출 잔액은 지난 9월 말 올해 들어 최대 수준인 644조4,83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월 말(627조954억원)보다 2.8% 증가한 금액이다. 원화대출 증가는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2ㆍ4분기 초반인 4월 말 47조4,832억원이었으나 9월 말에는 이보다 8.98%나 증가한 51조7,452억원을 기록했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도 같은 기간 중 293조4,501억원에서 295조5,129억원으로 증가했다. 한 대형 시중은행의 여신담당 임원은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늘어난 것은 2ㆍ4분기 이후 내수 호전에 힘입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마케팅 비용과 투자자금을 확보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대기업들은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실탄(자금)을 끌어 쓰려는 경향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춤하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계속 증가세를 타던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경우 6월 이후 193조원 안팎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들 은행의 가계신용대출(집단신용대출 제외) 잔액은 4월 말 50조7,923억원이던 것이 8월 말에는 52조9,135억원에 달했지만 이후 상승세가 꺾여 9월 말에는 52조8,449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단기성 자금의 이탈로 은행 수신고는 3개월 연속 하락세를 타고 있다. 5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6월 말 707조4,815억원으로 올 들어 최대치에 이르렀으나 이후 계속 줄어들어 9월 말에는 703조9,990억원을 나타냈다. 이는 채권금리 약세에 자극 받은 단기성 자금이 빠져나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양도성 예금증서(CD)를 비롯한 시장성 예금 잔액은 9월 말 현재 90조458억원으로 집계돼 한달 전보다 2조350억원 감소했다. 세수 요인 역시 은행 자금 이탈의 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9월 초부터 통화안정채권 만기자금과 국고채 조기환매자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원천세 등의 세수요인으로 은행권 자금이 이탈하기 시작한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이처럼 은행의 총수신이 감소하는 가운데에도 정기예금은 꾸준히 늘고 있어 아직 은행 자금이탈을 점치기에 이르다는 지적도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3월부터 지속적으로 늘어 8월 말 336조1,661억원이던 것이 9월 말에는 338조8,852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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