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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43주년] (존경받는 기업, 기업인을 만들자) 3-1. 신뢰 경영의 현장을 가다 (5) 이랜드
입력2003-10-29 00:00:00
수정
2003.10.29 00:00:00
신경립 기자
`기업은 정직하게 이익을 내야 하며, 그 이익을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패션ㆍ유통기업 이랜드의 경영 이념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바르게 벌어 바르게 쓰기`다. 기업이란 주주의 자금과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이상 하고 이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그리고 정직한 수단으로 이익을 냈으면 그 돈은 주주ㆍ직원ㆍ고객에게 뿐 아니라 사회의 구석구석으로 환원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 바꿔 말해 부자는 부자이되 부자처럼 살지 않는, 자기만 아는 수전노가 아닌 `존경 받는 부자`가 되겠다는 것이 이랜드 그룹의 바람이다.
◇불황기에도 실적은 승승장구= 이 같은 경영 이념을 향한 이랜드의 발걸음은 지금까지 큰 궤도이탈 없이 진행이 되고 있는 듯하다. 우선은 이익 실현. 지난 97년 IMF사태이후 과감한 구조조정과 선진 경영시스템 도입에 힘입어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성장 신화를 보여주고 있다.
전 산업계를 뒤덮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랜드 그룹은 올 상반기중 약 80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이례적인 고성장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순이익은 14%, 매출은 17%의 상승세. 99년 이래 해마다 평균 75%에 육박하는 이익 증가율을 보여 온 점을 감안하면 성장폭이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문을 닫는 중견 의류업체가 속출하고 불황을 모른다는 수입 브랜드까지 역신장에 시달리는 요즘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이 수치가 갖는 의미는 크다.
이 같은 실적 호조에 힘입어 이랜드는 올들어 미래의 성장 엔진으로 M&A에 본격 나섰다. 지난해 이래 국제상사와 여성복업체 데코, 엘덴 등 여러 아동복 브랜드 인수와 최근 뉴코아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이르기까지, 경기 침체에 따른 시장의 위기를 최대한의 기회로 삼아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성공의 토대는 선진 `지식경영`= 이 같은 성과의 토대를 이루는 것은 지난 99년 이래 이랜드그룹 경영의 키워드로 자리잡은 `지식경영`이다. 97년 위기를 계기로 생산성 향상과 혁신의 필요성을 통감한 이래 `지식`을 통한 경영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것.
지식경영의 성과는 스포츠 브랜드 `푸마`가 잘 보여준다. 지난 2001년까지만 해도 100억원을 밑도는 매출에 경쟁 브랜드보다 약세를 보이던 푸마는 2002년 현재 매출 970억원에 영업이익 200억원의 `빅`브랜드로 거듭났다. 이는 그동안 축적된 지식을 토대로 철저하게 실행한 고객분석과 그에 따른 브랜드 구조조정, 전략적인 성과 목표 관리, 그리고 직원들의 참여 아래 사내 지식을 최대한 활용한 지식경영이 결실을 맺었기 때문으로 자체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랜드가 지난 99년 10월부터 운영하는 `지식몰`은 직원들이 현장에서 성과를 입증한 지식 사례를 축적한 기업의 거대 자산으로, 이랜드의 향후 선진 경영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가령 2001아울렛의 축산담당자는 수십회의 실험 끝에 삼겹살 두께를 종전보다 3mm 두꺼운 6mm로 썰었을 때 맛이 가장 좋다는 것을 발견, 이를 매장에 응용한 결과 월평균 매출이 63% 늘어나고 고기를 썰을 때 버려지는 자투리도 5%에서 3%로 줄이는 성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기 위해 이익을 낸다= 정당하게 이익을 내야 한다는 이랜드 경영이념의 귀결점은 벌어들인 돈을 `바르게 쓰기`다. 지난해 12월 이랜드는 해마다 기업활동에서 버는 순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응복 부회장은 “이익의 사회환원은 지난 1980년 창업 당시부터 추구해 온 경영이념을 본격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개인이 아닌 기업 차원에서 반영구적인 기부 시스템을 갖추기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이 결정은 이랜드의 8개 계열사가 모두 비공개기업이라는 점에서 실천이 용이하다는 점도 작용을 했겠지만, 앞으로 계열사가 상장돼 주주들이 이 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최대주주가 배당금에서 부족분을 채워서라도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이 이랜드의 방침이다. 이렇게까지 사회 환원에 큰 의미를 두는 이유는 기업이 우리 사회에서 영속하고 존경을 받기 위해선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 기업의 책임 가운데 하나인 `이익 돌려주기`를 지속적으로 실천할 때만이 사회의 신뢰를 얻고, 그럼으로써 현재의 기업활동과 미래의 기업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믿음이 오늘날 이랜드의 모습을 있게 한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로 복지재담 세워 구호ㆍ장학사업
어느 기업 못지않게 활발한 이랜드의 사회환원 활동을 주관하는 것은 그룹의 두 계열사, 사회복지법인 이랜드 복지재단과 재단법인 이랜드다.
아동ㆍ청소년부터 노인, 지역사회, 장애인, 해외 등으로까지 두루 펼쳐지는 이랜드의 복지사업 중에서 이 두 계열사는 각각 구호와 장학사업 중심으로 기업 수익의 사회 환원에 앞장서고 있다.
청소년 관련 사업 가운데 대표적인 예는 현대에 급증하는 결손 가정 청소년이나 가출 청소년들을 위해 설립한 `들꽃피는 마을(www.wahaha.or.kr)`. 생활교사의 인솔 아래 2~6명의 아이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대안 가정`11개를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에서 갈 곳을 잃은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을 제안하는 `들꽃피는 학교`로까지 발전돼 50명 가까운 아이들의 삶의 터전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공부를 하고 싶지만 어려운 환경 때문에 뜻을 펴지 못하는 중ㆍ고등학생 수백 명도 각 종교단체나 사회복지관 등을 통한 이랜드의 장학사업으로 학업의 꿈을 펼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도 이랜드가 꾸준히 실천해 오고 있는 사회환원 프로그램의 중요한 축이다. 임마누엘의 집, 샬롬의 집, 맑음터 등 장애인 시설에 대한 경제ㆍ교육 지원과 함께 의류회사답게 넉넉한 의류 지원도 복지재단의 중점 사업 가운데 하나.
요즘 같은 불황으로 서민의 돈주머니가 마르고 실직자가 급증할 때는 지역사회를 향한 지원에도 더욱 힘이 실린다. 빈곤결손가정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질병이나 사업 부도, 장기 실직으로 주수입원이 없는 가정의 기본 생활 유지에 보탬을 주고, 사정이 어려운 병원 환자들에 대한 수술금 지원 등이 그것.
수해나 화재 등의 천재지변 때 기업들이 일정 금액의 기부금을 내놓는 것은 사회의 관행이긴 하지만, 이랜드는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도움을 조금이라도 빨리 받을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에는 유가족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10억원을 내놓아 별도 기금을 조성한 것이나, 해마다 반복되는 수해 이재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구호물품을 공급하기 위해 한 발 앞서 구호물품 제작에 돌입, 피해 발생과 거의 동시에 이재민들이 생활필수품을 건네받을 수 있도록 한 점 등은 `구색 갖추기`가 아니라 사회의 어려운 이들에게 진정한 `도우미`가 되고자 하는 이랜드의 사회적 책임의식과 배려를 보여주는 사소한 일례들에 불과할 것이다.
사원채용때 학력ㆍ성별등 불문 능력으로만 평가 `신선한 바람`
“학력, 성별, 나이는 묻지 않습니다. 이랜드에서 펼칠 수 있는 자신의 역량과 재능만 보여주세요”
오랜 불황으로 흉흉한 소문만 돌아다니는 고용시장에 최근 이랜드가 하반기 100명 채용과 입사지원서 폐지라는 두 가지 소식으로 파장을 던졌다. 특히 나이나 성별, 학력 등 천편일률적인 직원 채용기준은 과감하게 없애는 대신, 지원 업무부문에 자신이 왜 적임자인지를 스스로 설명하고 왜 그 일을 하고 싶은지 등 개별 업무 특성과 개개인의 성향을 하나하나 고려해 인재를 뽑는 `자기증명식`채용은 획일적인 관행에 젖어 있는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적잖은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인재 선발과정에서의 또다른 독특한 방침은 퇴직 인력을 대상으로 적극 운영되는 `재입사 제도`.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난 퇴사 직원들과 꾸준히 접촉을 유지, 회사측의 필요와 본인의 의사가 맞아떨어질 경우 바로 입사가 이뤄진다는 것으로, 개인 입장에선 회사 적응기간이 필요치 않고 회사로서도 이미 개인의 능력을 파악하고 있으므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다. 외부 경험을 높게 평가하는 유연한 사고방식이 낳은 이 제도 하에 지난 99년부터 2002년까지 이랜드의 재입사 인력은 총 입사 인원의 20%를 차지하는 100여명에 달했다.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인재 관리는 선발 과정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실 파격을 거듭하며 국내 업계를 선도하는 이랜드의 직원 복지제도는 월급이 제 때 나올지도 걱정스러운 일반 직장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대목. 이랜드라는 기업에서 직원들은 단순한 `일꾼`이 아니라 `내부 고객`이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일반 고객을 만족시켜야 하듯이, 직원들이 원하는 복지 정책과 기회 제공을 통해 내부 고객의 만족도 얻어내야 기업 발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흐르고 있는 것.
그래서인지 의류ㆍ유통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린 올해도 이랜드는 직원들에 대한 새 복리정책을 선보여 왔다. 지난 7월부터 모든 계열사가 시행중인 `안식 휴가제`가 대표적인 예. 만 6년 이상 근무한 모든 임직원에게 여름 휴가와는 별도로 입사 7년차 15일, 14년차는 30일의 유급휴가를 주고 직급에 따라 별도의 휴가비와 부부동반 해외 연수비까지 지원해 주는 내용으로 내부 설문 결과 직원들이 가장 원하는 복지정책으로 꼽혀 실행하게 됐다.
여성인력에 대한 배려도 정평이 나 있다. 전체의 45%를 차지하는 여성 직원 가운데 기혼자가 절반을 차지하고 과장급 이상 간부 가운데 여성 비중도 30%를 차지해, 직장 내 기회가 여성들에게도 비교적 골고루 제공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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