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미로속의 중형 항공기산업(사설)

정부가 산업구조 고도화라는 거창한 명분으로 추진해온 중형항공기사업이 좌표를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지난 94년3월부터 2년 넘게 중국과 벌여온 공동개발협상이 무산된 이후 정부정책이 몹시 허둥대는 인상이다. 중국과의 협상 결렬 이후 이의 대안으로 추진돼온 네덜란드 중형항공기회사인 포커사 인수를 둘러싸고 정부와 업계는 물론 업체끼리의 불화가 깊어가고 있다.중국과의 협상이 깨진 이유는 최종조립장의 입지, 지분배분, 제3국협력선 등과 관련된 이견이었다. 하나같이 민감한 내용으로 깨질 소지가 다분했음에도 통산부는 근거없는 낙관론에 매달려 2년여의 시간만 허송했다. 모든 협상은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는 것이 원칙임에도 통산부는 대안도 없이 중국과의 협상에 모든 것을 걸었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통산부는 지난 3월 네덜란드 항공기회사인 포커사가 파산하자 또다시 「꿩 대신 닭」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이의 인수에 매달리고 있다. 당초 포커사 인수는 중형항공기사업조합의 간사회사인 삼성항공이 주도해오다 자금애로에 봉착, 대한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 등 여타 참여회사와의 공동인수를 제의하면서 일이 더욱 뒤틀리고 있다. 이들 업체는 포커사인수의 사업성에 대해 회의적인데다 공동인수 제의에 앞서 사전협의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처음에는 혼자 인수하려다 자금이 모자라니까 뒷돈을 대라는 식이지 않느냐는 불만이다. 모든 합작사업의 경우 참여사들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데 그 점에서 통산부나 삼성항공측의 대응은 매끄럽지 못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은 통산부의 처사다. 통산부는 포커사 공동인수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중형항공기 사업조합에서 배제시키겠다면서 이들 업체의 참여를 종용하고 있다. 그러자 이들 3사는 통산부에 대해 『사업성이 없는 1백인승 규모의 중형기 대신 30∼40인승 소형기 개발쪽으로 정책을 전환하지 않으면 동참할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고도의 기술집약사업인 중형항공기사업은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사업임에 틀림없다. 그런 만큼 민간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서 추진해야 한다. 포커사 인수건만 하더라도 인수대금으로 1억5천만달러외에 매년 5억∼6억달러의 경영자금이 소요되는 등 위험부담이 매우 큰 투자이다. 통산부가 할 일은 대통령의 공약사업이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서두를게 아니라 업체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업성을 면밀히 분석, 기업의 위험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