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증후군)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인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의 변종이 쿠바에서 발견돼 의학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일반적인 HIV 감염후 본격적인 에이즈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통상 5~10년이 걸리며 그 사이에 바이러스의 작용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에이즈 발병을 크게 늦출 수 있는 반면 HIV 하위 유형인 HIV A, D, G가 섞여 재조합된 새로운 변종은 공격성이 강해 3년이면 에이즈로 이행된다고 벨기에 루뱅대학 임상·역학바이러스 연구소의 안네-미케 반담 박사가 밝혔다.
변종 HIV에 감염될 경우 감염 사실을 인지해 투약도 하기 전에 에이즈로 급속하게 이행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반담 박사는 경고했다.
일반적으로 HIV는 인간의 면역세포로 침입하기 전에 먼저 세포막의 ‘도킹’ 포인트인 공동수용체(co-receptor) CCR5에 달라붙는다. 이후 별 증상 없이 여러 해가 경과한 뒤 HIV는 CXCR4 공동수용체로 ‘도킹’ 포인트를 바꿔 타면서 본격적인 에이즈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반담 박사는 쿠바 보건당국으로부터 공격적인 새로운 HIV 변종이 나타났다면서 이 변종의 정체를 밝혀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 변종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이 변종이 재조합 변종이라는 사실과 일반 HIV와는 달리 CCR5에서 CXCR4로 공동수용체를 갈아타는 시간이 상당히 빠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이 재조합 변종에 감염된 환자는 바이러스의 수와 방어분자물질(RANTES)이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방어분자물질은 우리 몸의 자연면역반응으로 공동수용체 CCR5와 결합해 활동하는데 이 방어분자물질이 많다는 것은 CCR5에 더 이상 HIV가 달라붙을 자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담 박사는 설명했다.
따라서 HIV는 또 다른 공동수용체인 CXCR4로 빨리 갈아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이바이오메디신’(EBio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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