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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美 경제 日 닮아가나
입력2002-08-19 00:00:00
수정
2002.08.19 00:00:00
일본 경제가 거품 붕괴 이후 얼마나 위축됐을까. 이 질문에는 함정이 있다. 실제 일본 경제는 위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일본 경제가 하락한 것은 2년에 불과하며, 오히려 연간 평균 1%의 성장세를 보여 왔다.하지만 일본 경제는 분명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딘 성장세로 인해 경제의 생산 능력과 실제 생산량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생산 격차'는 실업을 늘리고 디플레를 심화시킨다. 저성장은 실제 생산 감소만큼이나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분석이 미 경제에는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
미 경제가 완전 고용상태에서 생산해 낼 수 있는 '잠재 생산능력'은 지난 90년대 중반 이래 생산성 향상에 힘입어 최근까지 연간 평균 3.5%의 성장률을 보여 왔다.
하지만 얼마 전 발표된 수정치에 따르면 실질 성장률은 지난 8분기 가운데 7분기중 잠재치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지난해 일시적으로 소폭의 경기 침체에 빠졌지만 이제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판에 박힌 관점으로 경제를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산 격차를 고려할 때 미 경제는 2년 전에 빠진 침체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최근의 W자형 경기침체(더블 딥) 논란은 주의를 흐트려 놓는 결과만 낳고 있다.
진정한 문제는 언제쯤 국내총생산(GDP)이 생산 격차를 좁혀놓을 정도로 성장하기 시작할 것인가 하는 점인데, 현재까지는 아직은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침체의 원인은 분명하다. 수 년간의 거품 경기가 과다한 생산 능력과 부채, 그리고 기업들의 회계부정을 초래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제가 빠르고 손쉽게 회복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지난 90년대 후반 미국의 증시 거품은 80년대 후반의 일본만큼이나 크게 부풀어 올랐다.
문제는 미국이 겪어 온 2년간의 침체가 5년, 또는 일본처럼 10년간의 장기 침체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일본이 아니다"라는 반박이 이미 강도 높게 제기되고 있다. 필자도 절반은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지만, 불안한 생각 또한 떨칠 수 없다.
4년 전 처음으로 일본의 경제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당시, 필자는 일본의 10년 불황이 왜 미국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지 비교 항목을 만들어봤다.
그 항목은 ▦첫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 여지가 많아 예상밖의 사태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미 재정상태가 양호하므로 재정적인 부양정책을 쓸 수 있다 ▦선진 기업경영에 힘입어 아시아와 같은 기업 신뢰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주가 거품은 있을지언정 부동산 거품은 없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이미 첫 3개 항목은 리스트에서 지워졌고, 이제는 4번째 항목에 대해서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 형성 우려는 날로 더해가고 있다. 집값이 임대료보다 훨씬 높은 현상이 곧 사람들이 주거가 아닌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FRB 분석에 따르면 일본이 90년대 초반 저지른 최대 잘못은 "정책결정자들이 디플레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통화정책을 보다 완화해 침체 리스크를 충분히 예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디플레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엿보인다면 경제에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FRB가 지난 13일 추가 금리 인하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왜일까.
지난해 이래 일부 경제학자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FRB 의장을 일본인들이 이름 뒤에 붙이는 호칭을 붙여 "그린스펀상"이라고 지칭하기 시작했다. 잘못 지은 별명은 아닌 듯하다.
/폴 크루그먼<프린스턴대 교수>
(뉴욕타임스/뉴시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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