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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 충실하자/구자홍 동양증권<주> 대표이사(기업인 문화칼럼)
입력1997-12-13 00:00:00
수정
1997.12.13 00:00:00
구자홍 기자
밤새 내린 흰 눈으로 온통 하얀 세상이 요즘 웃을 일 없는 우리 마음을 모처럼 포근하게 해주었다. 날씨보다 마음이 더 추운 이 겨울, 연말연시 운운하는 것조차 염치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고향마을을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훈훈해 진다.매년 구정과 추석, 두번은 고향을 찾는다. 2천만명이 넘는 귀성인파가 대이동을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길에서 시간을 덜 낭비하고 빨리 고향에 갈 수 있을까가 이무렵의 화두다. 아마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학을 다닐때는 기차를 이용했다. 몇시간씩 줄을 서 겨우 구입한 완행열차를 타고, 때로는 5,6시간씩 꼬박 서서 고향에 갔다. 그후 고속도로가 뚫리자 기차에 비해 2∼3시간이나 빠른 고속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그무렵 고속버스는 안내양이 사탕도 주고 매우 친절했었다. 당시만해도 승용차가 적어 고속버스는 빠르고 편리한 교통수단이었다.
그런 귀향길이 언제부터인지 10시간 이상 걸리는 고행길이 되었다. 너도나도 자가용을 몰고 길을 나서기 때문이다. 필자도 물론 그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몇년전부터는 다시 고속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속버스 이용도 불편하게 되었다. 버스전용차선이 있지만 한참 밀릴 때, 특히 명절때는 별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민끝에 금년 추석부터는 기차로 고향을 찾기로 했다. 아주 어렵게 기차표를 구해 비록 늦은 밤차였지만 예정된 시간에 출발하고 도착해서 아주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나의 귀성여행은 기차에서 고속버스, 승용차, 고속버스, 기차로 바뀌면서 다시 30년전으로 되돌아 갔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있는 것이다.
최근 경제가 매우 어렵다. 한보, 기아로부터 시작된 경제불안은 이제 종금사와 증권, 은행 등 금융권을 비롯해 경제 전반에 걸쳐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상황이다. 부실의 원인이야 각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경제가, 정부가 그리고 각 기업이 창업 당시의 기업이념이나 업종, 그리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했다면 오늘같은 위기상황은 피할 수 있었으리라 싶다.
주력업종의 육성보다는 사업다각화라는 명분 아래 다른 기업이 잘 된다고 하니까 나도 하자는 문어발식으로 업종을 확대하다가 기본까지 망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본에 충실하면 앞으로는 두번 다시 이런 낭패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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