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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차별화에도 불이 붙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16일 찾은 서울 관악구의 '서울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각각 2,298원과 1,996원이라는 알림판이 붙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것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공인한 곳이다. 땅값이 비싼 서울 강남 한가운데도 아닌데 기름값이 턱없이 비싼 이유가 궁금했다. 그런데 비싼 이유가 있었다. 3만원 이상 주유하면 외부 세차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고 6만원이 넘을 경우 내부 세차도 받을 수 있다. 세차서비스가 일반 주유소들이 제공하는 수준이 아니다. 기계 세차가 아니라 2~3명의 직원들이 달라붙어 직접 손 세차를 해준다.
주유소에서 일하는 직원은 총 7명. 주유보다는 세차가 이들의 주 업무다. 주유소 직원 A씨는 "우리 주유소를 찾는 사람의 90% 이상이 고정 고객"이라면서 "10명 중 8명가량은 내부 세차를 목적으로 온다"고 했다. 그는 "세차비용에다 주유 금액의 4%를 적립해주는 서비스를 고려하면 제품 가격이 크게 비싼 편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도로변에 있어 시내 한가운데 있는 주유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경영이 어렵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비스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찾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A씨는 "매출액이나 차량 대수 등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고정 고객들이 많아 매출액이 크게 줄거나 반대로 늘지도 않는다"고 귀띔했다.
주유를 하러 온 김모(42)씨는 "한 달에 한 번꼴로 내부 세차를 할 때면 이곳을 찾는다"면서 "손 세차를 해주는 세차장을 찾기도 힘들 뿐 아니라 세차비용을 감안 하면 여기가 더 낫다"고 했다.
서울주유소는 조만간 기름 가격을 소폭 내릴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돼야 한다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 이후 산업부가 주유소 업계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터다.
A씨는 "서비스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전국 최고가라는 점만 부각된 점이 억울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면서 "큰 폭은 아니지만 가격을 낮추고 대신 적립서비스는 없앨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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