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보수·불안정한 지위는 이젠 옛말<br>내년부터 전담변호사 수 확대 月 보수도 800만원으로 늘려<br>“불황 피하고 변론경험 쌓고” 고참급·새내기등 대거 몰릴듯
‘국선(國選)을 잡아라!’
국선변호사가 뜨고 있다. 낮은 보수에다 불안정한 지위 등으로 변호사들 사이에 기피 대상이던 국선변호사가 경기침체와 법조인 급증에 따른 수입 감소, 국선전담변호사제 확대 실시 등으로 관심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
하창우 대한변협 공보이사는 “국선변호사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며 “변호사업계 불황이 길어지면서 고참급은 물론 변론 경험을 쌓으려는 연수원 출신 젊은 변호사를 중심으로 국선을 선호하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법원이 내년 3월부터 전담변호사 수를 지금보다 2배 이상으로 늘리고(20명-> 40~50명), 보수도 대폭 상향조정(월 625만원->800만원)하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국선전담변호사제 실시 계획을 최근 발표하자 ‘국선변호사 괜찮네. 한번 해 볼까’라는 인식이 변호사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국선전담변호사제는 지난해 9월부터 시범실시중인 ‘공적변호사’제도로 국선전담변호사는 국선변호사건과 국가가 변호사 비용 등을 대는 소송사건만 맡을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사건을 담당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내년부터 사건 당사자가 전담변호사의 친족인 경우에 한해 사건수임을 할 수 있게 했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3일 공고를 내고 새 제도에 따른 국선전담변호사 접수 절차에 들어갔다.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정준영 판사는 “개업변호사, 연수원 출신 신참 변호사 등 다양한 예비 지원자들로부터 국선전담변호사에 대한 문의가 벌써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신청자들이 상당수 몰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새내기 변호사로선 국선변호를 통해 변론 경험도 쌓고 안정적 보수도 보장받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현재 진행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작업도 ‘국선변호사 다시보기’의 또다른 배경이다. 사개추위에서 합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국선변호 선임범위를 구속전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피의자까지 넓히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현재 국선변호사를 선임하려면 검찰이 기소해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이어야만 가능하다. 개정안은 이르면 내년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 대로 국선변호 선임범위가 확대될 경우 그동안 대상에서 제외된 구속 피고인 1만~2만명이 추가로 혜택을 보게 될 전망이다. 올해 173억원 수준인 국선변호 예산도 400억원 선으로 2배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변호사들이 국선변호를 할 기회가 많아지는 동시에 예산 증액으로 보수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박윤숙 서울동부지법 국선변호사는 “내년부터 보수 인상 등 근무 여건이 좋아지기 때문에 선발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며 “올 초 선발에서도 새내기 변호사인 연수원 34기 수료자는 물론 50대의 중견 변호사까지 응시하는 등 기수 불문하고 응시자들이 많이 몰렸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3월 서울 한 지법에서 국선전담변호사 1명을 선발하는데 10명의 변호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방법원에서도 경쟁률이 2대 1은 기본이고 10대 1이 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이정석 서울남부지법 국선전담변호사는 “시작할 때는 2~3년 정도만 생각했는데 보수 등 조건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여 국선을 계속 해 볼 작정”이라며 “특히 국선변호사로서 다양한 형사사건을 접해 보는 것은 이 분야에서 전문적 역량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나 “충실한 변론을 위해서는 수임사건이 많은 게 부담이다. 대법원은 보수 상향과 함께 수임사건수(월 25건->40건)도 늘린다는 방침인데 사건 증가는 최소한으로 하는 게 좋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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