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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가족경영과 타류시합

한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서울대학병원의 박용현(朴容眩)원장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데 최근 다시 생각이 났다. 대한항공 경영진 교체극을 계기로 가족경영체제가 논란거리로 등장했기 때문이다.흔히 세상에선 오너경영체제는 나쁜 것이고 전문경영인체제는 좋은 것으로 치부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람 나름이라 생각한다. 가족경영체제가 비판받는 것은 무임승차율(無賃乘車率)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전문경영인의 치열한 경쟁에 비해 너무 쉽게 막중한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오너의 핏줄이라는 것은 큰 프리미엄이다. 그러나 그 프리미엄이 너무 클때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외국에선 핏줄이라 해서 큰 프리미엄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상응한 경영수업과정을 거치게 한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구에선 핏줄이라 해서 함부로 자리를 줄 수가 없다. 당장 회사의 평판과 실적에 문제가 생긴다. 우리나라에선 핏줄의식이 유달리 강하여 같은 기업에 친인척이 너무 옹기종기 모여 산다. 자식들은 물론 형제 손자까지 몽땅 그쪽으로 몰려든다. 자식 중엔 경영외의 능력이나 취미가 있는 사람도 있을텐데 모조리 한 자리씩 차고앉는다. 4촌, 8촌 심지어 사돈까지 몰려들고 하청기업들도 이들이 휩쓴다. 그러면 집안끼리 우애있단 말을 들을지 몰라도 기업은 멍이 들기 쉽다. 혈족이라 해서 그 기업에 못 들어올건 없지만 최소한 밖에서 검증을 받고 난 뒤에 들어오면 남들이 납득하게 될 것이다. 박용현 원장은 두산그룹 오너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밖으로 나가 스스로의 길을 개척했다. 의료인으로서 서울대학병원장이라면 정상까지 오른 셈이다. 담도외과의 최고권위자일뿐 아니라 경영능력도 공인을 받았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박원장 같은 분이 가족기업으로 돌아가 책임있는 자리를 맡는다 해도 말할 사람 없을 것이다. 외국에선 타류시합(他流試合)이란게 있다. 밖에 나가 싸워 이겨 실력을 보여야 집안에서도 인정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가족경영의 따가운 시선을 벗어나려면 타류시합에 많이 도전해야 할 것 같다. /崔禹錫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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