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을 많이 쌓았으니 이제는 치고 나갈 때입니다. 한국 액정표시장치(LCD) 제품이 프리미엄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권영수(사진)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수요가 크게 늘어 주문량의 80%밖에 대지 못할 정도"라면서 대규모 투자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또 앞으로도 지속적인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ㆍ개방형 혁신)'을 추구하는 전략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력 사업으로 선정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대해 "오는 2014~2015년께부터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이때쯤 되면 전체 매출의 5% 정도가 OLED 분야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월요일은 여의도 본사, 화ㆍ수요일은 구미, 목ㆍ금요일은 파주에서 근무하며 중간중간 해외 출장까지 나서야 하는 권 사장은 지난 3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특히 인터뷰 내내 그의 얼굴에서 예전에 볼 수 없던 최고경영자(CEO)로서의 강한 자신감도 읽을 수 있었다. 이 회사가 올해 투자를 당초 4조원에서 5조5,000억원으로 확대한 것도 권 사장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LG디스플레이 CEO 외에 한국디스플레이협회장도 맡고 있는 권 사장은 "전세계 LCD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한국ㆍ일본ㆍ대만 등 3개국 가운데 일본과 대만은 힘을 잃어가는 반면 한국 업체들은 앞으로도 잘 할 것"이라면서 "LCD에서도 코리아 프리미엄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권 사장과의 일문일답. -LCD 업황이 좋은 것 같다. 애플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LG디스플레이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좋은 업황 속에서도 기업마다 체감하는 수준은 다르다. 우리는 주문량을 못 대고 있지만 대만업체들 가운데는 재고가 남는 경우도 있다. 지난 1ㆍ4분기 가동률이 최고 수준에 달했다. 지금은 사이클이 무의미하다. 올해 초 애플의 아이패드 공식 발표 행사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LG디스플레이 IPS(In-Plane Switching) 기술의 우수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애플 등 고객사와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2년 동안 국내외 기업을 인수ㆍ투자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사례가 많다. 이 같은 움직임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이제는 개별 기업의 힘으로 되는 일이 거의 없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협력 관계를 구축해 기술을 발전시키는 게 필요하다.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다. 연구개발(R&D) 투자에는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술력을 높이는 것도 포함된다. 그 동안 강조해온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Business Transformation)' 역시 이의 일환이다. 전ㆍ후방 산업과의 제휴 및 사업 융합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객 기반을 강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M&A와 지분투자를 계속 해나갈 방침이다.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과는 나타나고 있나. ▦발광다이오드(LED) 분야에서의 경쟁력이 월등히 좋아졌다. LG이노텍, 우리LED, 대만 포레피(Forepi) 등 국내외 LED 관련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공급망관리(SCM)가 강해졌다. LED를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됐다. 또 중국 난징 공장에 LED 패키징부터 백라이트까지 일관 생산이 가능한 생산라인도 만들었다. LED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보면 된다. -제조자개발생산(ODM)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TV 및 모니터 생산업체에 LCD 모듈과 TVㆍ모니터 등 완제품을 일관 생산해 제공하는 ODM 사업도 가시화하고 있다. 원가 및 디자인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고객사의 브랜드로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고객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대만 암트란과 합작한 쑤저우 라켄테크놀로지에서는 지난달부터 ODM 방식으로 TV를 생산하고 있으며 중국 TPV와의 합작사인 L&T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에서는 다음달부터 모니터를 만들어 비지오ㆍLG전자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그동안 강조해온 '상생'하고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 부품ㆍ재료ㆍ장비 등 협력회사와의 상생활동은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공급업체들이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춰야 우리의 제품 경쟁력도 높아진다. 또 고객이 잘 돼야 우리 제품을 많이 팔 수 있다. 이 같은 상생 활동을 LG디스플레이 고유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ㆍ최우수 사례)'로 정착시킬 것이다. -OLEDㆍ전자종이 등 신사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OLED는 우선 3인치급의 모바일 기기용 제품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3ㆍ4분기부터 파주에 월 4,000장 규모의 OLED 생산라인이 양산에 들어가며 2,500억원을 투자해 내년 하반기 중 월 8,000장 규모의 OLED 생산시설을 확충할 예정이다. TV용 OLED 패널은 내년 하반기에 30인치급을 선보이려고 한다. OLED TV가 본격화하는 시기는 2014년 이후에나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OLED TV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다. 이때쯤이면 OLED의 매출 비중은 5%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종이 분야에서도 플렉서블, 컬러 전자종이 등을 업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2년까지 글로벌 1위로 도약하겠다. -OLED는 그룹 차원에서도 먹을거리 창출을 위한 신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의 역할은 무엇인가. ▦원가 경쟁력을 갖춘 고품질의 OLED를 만드는 것이다. LG 계열사 가운데 LG화학은 OLED에 들어가는 재료를 만들고 이 재료를 가지고 LG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을 만들며 다시 이를 가지고 LG전자가 OLED TV를 생산하게 된다. 계열사들을 연결하고 중간 허리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수익성 측면에서 글로벌 업계 1위라는 목표를 세웠는데. ▦1ㆍ4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액 5조8,800억원, 영업이익 7,9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3.4%를 기록했다. 수율도 높아졌고 고부가가치 패널의 판매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장비ㆍ재료ㆍ부품업체와의 상생을 통해 이들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주요 원인이다. 경쟁업체들이 7%대였던 것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지만 우리가 잘 했다기보다는 경쟁업체들의 성적이 다소 부진했던 것 같다. 신사업을 추진하고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속해나가며 근본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내년 수익성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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