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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KTF 합병이 공식화되면서 통신시장에 마케팅 경쟁이 다시 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KT가 겉으로는 합병 후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합병에 따른 비용 절감액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SK텔레콤 등 경쟁사들도 올해 생존을 위한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마케팅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KT-KTF 합병후 마케팅 비용 절감액 크지 않아= 22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CEO 컨퍼런스 데이’ 행사에서 KT-KTF 합병 법인이 3년간 평균 1.5%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주목되는 것은 이 가운데 마케팅 비용 절감액을 연간 1,470억으로 계산했다는 점이다. 지난 2007년 KT와 KTF가 마케팅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이 약 2조6,000억원 달한 것을 감안하면 극히 미미(약 5.6%)한 수준이다. KT는 특히 이 자리에서 2,000만 유선 가입자와 1,400만 무선 가입자를 결합한 고객기반을 바탕으로 한 ▦결합상품 경쟁력 강화 ▦유무선 통합상품 개발 강화 ▦상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해지율 감소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혀 유선에서의 ‘가입자 가두기’와 무선에서의 점유율 확대 의지를 시사하기도 했다. 업계에서 이석채 KT 사장이 ‘마케팅 경쟁을 지양하겠다’는 공언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경쟁이 과열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권행민 KTF 사장도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바보가 아닌 이상 경쟁업체가 (마케팅을)하면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해 마케팅 대전을 불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SK텔레콤 “물러서지 않겠다”= KT의 이러한 선언이 아니더라도 시장은 이미 마케팅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결합상품의 경우 통신3사 모두 올해 전략 포커스로 잡고 있다는 점에서 최대 격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경우 이미 정만원 사장이 수장으로 오기가 무섭게 결합상품 시장에 대한 공세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지난 11일 결합상품의 할인 품목을 IPTV와 인터넷전화로 확대하고 가입자 대상도 1가구에서 2가구로 넓힌 바 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KT나 우리나 매출을 포기하지 않는 한 마케팅을 자제한다는 것 자체가 별 의미 없는 말(레토릭)일 수 밖에 없다”며 “이제 유무선 통합ㆍ컨버전스 시장을 둘러싼 전쟁은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마케팅에 대한 강조는 LG통신그룹도 마찬가지다. 특히 LG파워콤의 경우 올해 초고속인터넷분야에서 신규가입자수를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LG데이콤 역시 인터넷전화 가입자수를 260만명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것은 불만 붙는다면 언제든지 총을 쏠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를 해석된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 동안 불안한 안정을 취하고 있던 통신시장이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혼돈기에 접어들 것”이라며 “본격적인 생존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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