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골프장 예약 180만원. 시간과 장소 불문.’
불과 1~2년 전만해도 업계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이 말을 올해는 듣지 않게 될까.
비즈니스를 위해 주말 라운드를 반드시 해야 할 상황이 많은 기업인들이 올해 골프장 예약 상황에 관심을 쏟고 있다. 골프장들이 속속 개장하면서 주말 라운드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벌써 지난해 가을부터 지방 골프장의 경우는 주중은 물론 주말에도 입장객 채우기가 힘겨워졌다는 말이 들린다. 그만큼 골퍼들 입장에서는 예약하기가 쉬워졌다는 뜻. 그러나 한쪽에서는 따듯한 날이 이어졌던 지난 겨울 예년과 달리 골프장 예약하기가 힘겨웠다는 소리도 들린다. 도대체 진실은 무엇일까.
답은 아마도 ‘부킹 난이 예전 같지는 않을 테지만 수도권 인근 골프장의 주말, 특히 토요일 오전 예약은 여전히 힘겨울 것이다’이다.
신설 골프장이 크게 늘어나면서 예전처럼 부킹난이 심각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인기 있는 골프장, 다시 말해 교통이 편리해 빨리 갈 수 있고 코스와 서비스가 좋은 골프장들은 여전히 골퍼들이 몰리고 있다. 주 5일제가 시행됨에 따라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 비워두는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토요일 오전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주중, 또는 주말에도 일요일에는 다소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시간과 요일에 따라서는 골프장을 골라 갈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주중에 입장객을 채우기 버거운 일부 지방 골프장은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공하기도 해 ‘대우를 받아가며 골프장을 고를 수 있는’ 시대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된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신설 골프장의 증가.
일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는 무려 871개 홀, 즉 18홀로 따지면 48개가 넘는 골프장이 문을 연다. 이 수치는 이미 운영중이라도 정식 개장하지 않은 곳과 9홀 규모도 되지 않는 소형 퍼블릭을 모두 합친 것.
한마디로 ‘골프장 풍년’인 셈이다.
지역별로는 벌써부터 경영난의 조짐이 보이는 제주가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오픈 예정인 제주 지역 골프장은 모두 8곳(18홀 이상)으로 홀수로 따지면 216홀에 이른다. 호남과 영남도 각 169홀(18홀 이상 6개), 162홀(18홀 이상 6개)로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골프장이 문을 연다. 강원 지역 골프장은 6곳(18홀 이상)으로 총 126홀이 새로 들어서게 된다.
이에 비해 수도권과 충청 지역은 각 117홀(18홀 이상 4개), 81홀(18홀 이상 4개)밖에 문을 열지 않는다.
이에 따라 골프장 부킹은 지역별로 크게 양상이 다를 전망이다. 제주, 영남, 호남 지역에서는 골프장 공급 과잉으로 ‘골퍼 모시기’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고 수도권에서는 부킹난이 여전할 가능성이 있다.
퍼블릭 전성시대
"납세부담 적다" 건설 급증…올들어서만 15곳 오픈 예정
올해 골프장 업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퍼블릭 코스가 크게 증가한다는 점.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안으로 문을 열 예정인 퍼블릭 골프장은 15곳이 넘는다.
오는 5월10일 정상 운영에 들어가는 경기 여주의 소피아그린CC를 시작으로 역시 여주에 자리 잡은 27홀짜리 아리지CC도 5월 시범라운드를 거쳐 6월이면 정식 개장을 한다. 충주의 대영베이스골프 리조트에도 27홀 규모의 퍼블릭 코스가 조성돼 오는 10월 시범 라운드 예정이다. 10월 개장 목표로 경남 밀양에 건설중인 리더스CC도 27홀로 규모가 크다. 5월15일 개장하는 강원 삼척의 블랙밸리CC는 폐광 부지를 활용한 18홀 코스다.
충북 진천의 18홀 규모 히든밸리는 하반기 개장 예정. 충북의 회원제 골프장인 레인보우힐스와 금강센테리움은 9홀의 퍼블릭 코스도 짓고 있다. ㈜씨엔제이관광산업이 전북 김제에 건설중인 스포힐은 10월께 9홀을 우선 오픈하고 내년에 9홀을 완성해 18홀로 운영할 계획이다. 경북 상주의 오렌지, 충남 당진의 파인스톤 등도 연내 개장을 목표로 공사중인 18홀 퍼블릭 골프장이다.
경주 보문단지의 9홀짜리 경주CC는 9홀 증설 공사가 거의 마무리돼 6월 이전 18홀 골프장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밖에 여주와 전북 전주, 완주 등의 9홀 코스도 연내에 문을 연다.
한편 이처럼 퍼블릭 골프장이 증가하는 것은 최근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회원제 골프장의 납세 부담이 훨씬 커졌고 골프장 공급 확대로 인해 입회금 반환 문제도 대두될 것으로 보이는 등 회원제 운영이 쉽지 않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원제로 승인을 받은 뒤 대중제로 변경을 고려하는 신규 사업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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