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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총괄회장의 두번째 부인이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가 30일 오후 전격 방한해 가족회의를 하면서 롯데가(家) 사태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하쓰코 여사가 두 형제의 어머니라는 점에서 화해와 사태 수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우선권을 쥐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이를 거부할 경우 사태는 오리무중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일본에 있는 상황에서 가족회의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주목된다.
우선 하쓰코 여사의 방한은 이번 사태를 봉합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어머니라는 점에서 한쪽 아들의 편을 들기보다는 적정 수준에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더 이상 사태가 확산되는 것은 회사나 집안에 도움이 될 것이 적다는 점도 관건이다.
신격호 총괄회장 부부와 가족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는 두 아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사업 실적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정서적인 유대관계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불과 4일 전까지만 해도 롯데의 승계자로 여겨졌던 신동빈 회장은 사업 측면에서는 우위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해온 한국 롯데는 일본 롯데보다 매출이 20배나 많다. 롯데렌탈과 더뉴욕팰리스호텔 등을 인수하며 승승장구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그동안 신격호 총괄회장과의 의견 충돌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롯데월드타워를 지을 돈으로 금융 부문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아버지에 밀린 것"이라고 전했다. 신동빈 회장은 학업을 마친 후 일본 노무라증권의 런던 지점에서 근무하며 금융업을 경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금조달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의 지시를 거역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7일 일본에 머무르고 있었으며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홀딩스를 방문해 스스로 지팡이를 짚고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로 찾아갔지만 문을 잠그고 대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전화나 부름에도 전혀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장이다.
문제는 신동빈 회장 측의 반응이다. 현재로서는 일본과 한국 롯데그룹에 대한 사실상의 경영권을 쥐고 있어 적정 수준에서 화해하라는 가족 결정이 나오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신동빈 회장과 가족과의 정면대결로 바뀌게 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배다른 누이인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도 신동주 전 부회장 편에 서 있다. 신영자 이사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어 신동빈 회장의 반응에 따라 대대적인 법적소송이나 지분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적정 수준에서 계열사를 분리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온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는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모두 경영하는 것을 몰랐다"고 하는 것을 미뤄봤을 때 계열사를 나누는 수준에서 정리될 것이라는 얘기다. 어머니인 하쓰코 여사 입장에서도 무난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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