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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시계 5000만 시대] 2부 <5> 유통·소비 트렌드가 바뀐다

"싱글족 잡자" 먹거리서 가전·가구까지 1인용 브랜드 봇물<br>백화점 델리매장 북적… 대형마트 간편식 인기<br>라면포트·밥솥·소파 등 독신용 상품도 쏟아져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한 남성 고객이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고르고 있다. 싱글 남녀 등 1인 가구 증가로 소비 행태가 급변함에 따라 유통업계도 신수요를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마트


#. 독신 생활 10년차인 이영민(33)씨는 최근 이사한 강남구 삼성동 오피스텔에 친구들을 초대해 브런치 파티를 열었다. 이씨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문화센터의 '센스 만점 브런치 요리' 강좌에서 배운 요리와 마트에서 구입한 가정 간편식으로 음식을 장만했다. 그는 "집에 친구들을 가끔씩 불러서 파티를 즐기는 편"이라며 "주변에 혼자 사는 친구들이 많아서 주말 오전에 종종 함께 모여서 브런치를 먹는다"고 말했다.

#. 직장인 3년차인 심윤보(33ㆍ은행원)씨는 최근 회사 근처에 전셋집을 계약하면서 1인용 가죽 소파와 싱글 사이즈 침대를 새로 들여놨다. 심씨는 "근무지가 바뀌려면 한 5년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큰맘 먹고 가구를 새로 들여놨다"고 말했다.

싱글 남녀가 급증하면서 유통시장 소비 행태가 급변하고 있다.

예전의 미혼 남녀들은 대부분 결혼하면 사겠다는 생각에 싱글 시절에는 소비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데 비해 요즘은 남녀 모두 결혼 연령이 늦어지다 보니 꼭 필요한 물건은 주저 없이 구매하고 그렇지 않은 상품은 실용적이고 가격이 싼 상품을 구입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결혼을 염두에 두고 싱글족들이 소비를 자제했지만 싱글족이 증가하는 최근에는 본인에게 과감한 투자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결혼에 얽매이지 않다 보니 소비 패턴이 바뀐 것이다.

유통업계는 이 같은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싱글족의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한 유통 전문가는 "싱글족 고객의 소비 행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철저히 분석해나가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은 '1인분'이 대세=이런 추세는 '먹거리'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 2월 9개월간의 대대적인 공사를 마치고 식품관을 재오픈했다. 델리(간이 식당) 매장은 10개를 늘려 27개로 확대하고 세계 각국의 메뉴를 마련해 '글로벌 식품 매장'을 구현했다. 특히 혼자 델리 매장을 찾는 고객을 위해 이전보다 '바(Bar)' 형태를 늘리자 매출도 신장하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 델리의 6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 증가했다. 특히 직장인들이 많은 본점은 16.7%로 신장폭이 더 컸다.



대형마트에서는 가정간편식(HMR)으로 싱글족 입맛을 잡고 있다. 롯데마트는 의왕점ㆍ청량리점ㆍ마석점ㆍ천안아산점ㆍ창원중앙점 등 20개점에서 HMR 전용매장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 매장에는 돼지양념류, 샐러드류, 커팅과일류, 즉석 찌개ㆍ탕류 등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을 총망라한 330여가지 상품이 판매된다. 현재 200여종의 HMR 상품을 팔고 있는 이마트는 연내에 400여개까지 2배로 확대할 예정이다. 올 들어 1~6월 이마트의 MHR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1%가량, 롯데마트는 80%가량 늘었다.

김진호 이마트 프로모션팀장은 "1~2인 가구 비중이 급증함에 따라 이를 반영한 HMR 상품 개발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구 등 생활용품도 작게 더 작게=생활용품 역시 점점 작아지고 다양해지는 추세다. 가정용품 매장에서는 1인용 소파나 의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 집안 인테리어를 화사하게 해주는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인 가구상품 매출이 지난 2010년에 비해 26.1%가량 신장했으며 1인 가구 매출구성비(전체 가구 대비)도 2009년 15%에서 2011년 27%로 늘었다.

온라인 쇼핑몰도 1인 가구 상품이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해 시장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옥션은 최근 오픈마켓 최초로 싱글족을 대상으로 한 원룸 전문 인테리어 브랜드 '픽앤데코'를 선보였다. 가구업체 리바트의 온라인 전용가구 브랜드 이즈마인 역시 독신 전용 가구 브랜드인 '토스트 네츄럴'을 내놨다. 두 브랜드는 20ㆍ30대 독신과 원룸 거주자들을 위해 49.58m²(15평) 이하의 좁은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침대와 소파, 탁자 등 1∼2인용 가구를 저렴한 가격에 판다.

가전 제품도 싱글을 겨냥한 전용 상품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홈플러스는 전체 129개 매장 가운데 60개 매장에 싱글 가전 전용 공간을 마련해 1인용 밥솥, 무선포트, 라면포트, 커피메이커 등을 판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1인용 밥솥의 경우 3만9,900~4만4,900원으로 8만9,000원인 일반밥솥(3인용)과 비교해 절반 값이라 인기"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자신의 경제적인 효용을 높여주는 것은 기본이고 그 이상을 원한다"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삶에 가치를 담아주는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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