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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초선의원 민생현장을 가다] 노회찬-中企CEO 간담회
입력2004-04-27 00:00:00
수정
2004.04.27 00:00:00
정상범 기자
노 당선자가 일선 산업현장과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둘러본 결 과 CEO들이 전하는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은 다들 놀랄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
극심한 내수경기 침체에 매출은 반토막으로 줄어들고 원자재난과 은행의 상환압박, 졸속정책 등이 겹쳐 불황의 그늘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CEO들이 평소 정부와 정치권에 갖고 있던 비판과 건의사항도 봇물처럼 쏟아졌다.
◇제품이 안 팔린다=
“전자부품ㆍ사출업체 중 경기가 안 좋았던 지난해보다 매출이 70% 이상 줄어든 곳이 태반입니다. 대기업 근로자보다 월급이 적은 사장들이 수두룩 해요” (남양주시 레카전자 신길승 사장).
요즘 회사 형편을 묻는 노 당선자의 질문에 김종순 SWC사장은 “지금 한국 만 빼놓고 세계의 경제상황이 좋은데 이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면서 “수출에 주력하는 우리는 괜찮지만 다른 업체들은 대부분 매출이 50~70%정도 줄었다고 아우성”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노 당선자는 “많은 사람이 중소기업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국민 전부의 경제력 수준을 높여줘야 한다”면서 “이웃 타이완처럼 탄탄한 기반을 갖춘 중소기업이 많아져야 한국경제도 산다”고 적극적인 중소기업 육성방침을 강조했다.
◇대기업 관계 새로 정립해야=
중소기업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대기업들의 횡포와 불공정거래 관행을 시 정하고 대기업과 분쟁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보호해줄 대책 마련을 요구 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시화공단의 D사 사장은 주변의 한 업체가 대기업 말만 철석같이 믿고 80억 원을 들여 설비투자에 나섰다가 단가를 못 맞추는 바람에 6개월 만에 망해 버린 비참한 현실을 전하기도 했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노사분규에 갖고 있는 불만도 만만치 않았다. 대기 업 노조가 파업하면 해마다 거듭되는 ‘납품단가 인하명령’으로 중소기업 들은 거덜난다는 얘기다. 대기업 파업소식만 전해지면 중소기업엔 공포로다가온다는 하소연도 전해졌다.
신길승 레카전자 사장은“실제 근로자수 5~10인을 거느린 중소기업 사장 은 대기업 근로자들의 평균임금보다 낮다 ”면서 “중기 사장은 밑바닥에서 죽도록 고생만 하며 왕따를 당하고 있다” 고 하소연했다.
과거 보일러 용접공으로 지냈던 경험을 털어놓은 노 당선자는 “대기업과영세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하루빨리 줄여야 한다”면서 “일정이상 이윤을 올린 대기업이 기금을 통해 중기 노동자의 임금을 보전해주는 방안이 바람 직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많은 논란이 예고되는 부분이다.
◇인력난 대책 마련해야=
중소기업의 만성적인 인력난에 겹쳐 오는 8월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가시행되면 연수생과 고용허가를 받은 근로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우려가 높았다.
이찬우 한서전기 사장은 “인력구조가 갈수록 복잡해져 고충을 겪고 있다”면서 “공고생의 95%가 졸업해도 공장에 안 가겠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곳 저곳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는 인력상황을전했다.
노 당선자도 이 같은 의견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인력을 중기로 끌어들이 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첫 직장에 3년간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 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매년 자동적으로 인상되 는 현실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한 중기사장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야근ㆍ특근수당 등을 포함해 외국인근로자 1인당 임금이 월 15만원 정도 올라간다.
2년째 내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을 동결한 사장 입장에서 이 같은 모순을 감 당할 수 없다. 노동계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자꾸 주장하는데 도대체 현실을 제대로 아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나친 분배중시 경계해야=
민노당 정책노선에 대한 궁금중도 한꺼번에 쏟아졌다. 특히 과도하게 친노 동자적 정책을 펼치거나 분배에만 치중한 나머지 성장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경계감도 높았다.
이찬우 한서전기 사장은 “민노당은 기업과 노동자간의 분배에만 신경쓰는 듯한데 이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분배정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 서 “대기업 노동자만 챙긴다면 결국 중기 노동자만 죽어난다”고 강조했다.
노 당선자는 “분배를 통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당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민노당이 노동자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정당이 아니기 때 문에 정기국회 이전에라도 중기 보호육성정책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밖에 대기업의 해외 진출시 중소기업이 동반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고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원액을 손비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노 당선자는 “중소기업의 문제가 워낙 복잡해 쉽게 풀리지 않는 것도 많지만 대기업의 불공정 납품관행 등을 개선하고 내수경기와 중소기업을 동시에 살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노 당선자는 “솔직히 말해 실물경기에 그렇게 밝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앞으로 중소기업의 얘기를 많이 듣는 자리를 만들어나가고 이를 통해 배워 나가겠다”고 약속했 다.
중기인과의 간담회 막바지에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정책건의사항이 담겨있는 두툼한 책자 2권을 노 당선자에게 건넸다. 17대 국회에서 참다운 중기정책을 실현해낼 무거운 책임은 이제 노 당선자의 손에 달려있 다.정상범기자 ssang@sed.co.kr , 임웅재기자 jaer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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