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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화가 전광영 "미술에 몰두하다 보니 자유가 절로"
입력1998-09-20 19:17:25
수정
2002.10.22 12:39:08
09/20(일) 19:17
그곳에는 작은 숨소리가 들린다. 공부에 뜻이 없는 아이들을 매섭게 때리는 훈장의 꾸짖는 소리, 책위에 엎어져 꿈속을 헤매는 코흘리개의 콧소리, 우연히 창호지 밖을 지나가던 참새의 짹짹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곳에는 야릇한 냄새가 난다. 코끝을 찡하게 파고드는 한약냄새, 넉넉하게 익어가는 된장냄새, 동지섣달 새색시의 이마에 맺힌 땀냄새가 난다.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와 냄새는 시공을 훌쩍 넘어서서, 마치 이웃집 처녀의 담장을 넘보듯 설레이면서도 그윽한 흥취와 함께 찾아온다.
화가 전광영씨(54)가 매만지는 한지작품은 보는이로 하여금 복합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영매의 흉내를 낸다. 그것은 흘러간 것들을 불러내는 초혼굿이면서도, 지금 이곳을 서성이는 군상을 어루만지는 넉넉한 덕담이기도 하다.
『서양은 박스 문화이지만 우리나라는 보자기 문화입니다. 어릴적 한약방을 하던 큰집에 가면 언제나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한약봉지를 볼수 있었지요. 하나하나가 귀한 약재를 한지로 정성껏 싸는 과정을 연상해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지금 하는 작업의 핵심입니다.』
그는 스티로폴로 일정한 크기의 삼각형을 만들고 이를 다시 한지에 싸서 역시 같은 종이로 만든 끈으로 묶는다. 그런 삼각형이 화면 가득히 빽빽히 들어서는 장면. 전체적인 구도를 보자면 때로는 원이고 어느때는 사각형의 질서를 지키다가 느닷없이 굴곡진 백두대간이 자리잡기도 한다.
『인사동에 나가 50~ 70년된 고서를 모읍니다. 공자,맹자일수도 있고, 한문 소설일수도 있겠지요. 문제는 고서의 내용이 아니라 책장에 묻어있는 손때입니다. 그곳에 담긴 세월을 낚는 셈이지요』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내보인 탓인지 전광영씨의 한지 입체작품은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 지난 96년 박영덕 화랑 작가로 출품한 시카코 아트페어에 첫선을 보인 그의 작품은 금방 이방인들의 눈을 사로잡아 이제껏 30여개의 작품이 해외 콜렉터들에게 팔려나갔다.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열린 뉴욕 아트페어에서도 1만9,000 달러짜리 작품 2점이 소화됐다.
100호 기준으로 그의 작품 가격은 환율이 800~ 900원 할 때 1만6000달러정도였는데, 지금은 1만9,000달러로 꾸준히 올랐다. 환율이 올랐으니 해외판매가격을 내릴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작품에 자신감이 붙기도 했지만 자존심도 큰 역할을 했다.
젊은 시절 10년이 넘게 미국에서 갖은 고생을 한 탓인지, 「우리 것」에 대한 그의 집착은 대단하다.
올 가을에는 독일에서, 내년에는 뉴욕 킴포스터 화랑에서 잇따라 개인전이 준비될 정도로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전광영 화백은 이렇게 말했다.
『미술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자유가 생겼습니다.』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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