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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불황터널 탈출 조짐
입력2003-08-11 00:00:00
수정
2003.08.11 00:00:00
김창익 기자
일본 경제 10년 불황에서 탈출하나.
최근 수출이 회복되고 증시 여건이 개선되는 등 일본 경제 회복의 조짐이 비치는 가운데 주요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 규모도 눈에 띄게 늘고 있어 경기 회복의 시기가 앞당겨 지고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11일 보도했다. 60~70년대 일본 경제 신화의 주인공이었던 제조업체들이 다시 경제회생을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일본 제조업체들은 얼마전까지 불황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설비투자에서 임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지출을 줄여왔다. 그 결과 몇몇 업체들은 수익성이 개선되는 실효를 거두었지만, 대부분은 한국과 타이완 등지의 경쟁 업체들에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실제 올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소니, 샤프, 도시바, 후지쓰 등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업체들 대부분이 삼성전자(67위)에 밀렸다. 이 때문에 안도 쿠니다케 소니 사장이 “삼성의 동향을 매주 보고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로 일본 제조업체들의 위기의식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일본 제조업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소극적인 정책을 탈피, 최근 과감한 설비투자를 재개하면서 시장점유율 탈환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도시바는 향후 4년간 총 3,500억앤을 투자, 반도체 생산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반도체 산업 전체로는 올 회계연도 설비투자를 전년대비 51% 늘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경향은 비단 반도체 산업 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월 설비투자의 척도인 기계주문은 전월 대비 2.4% 늘었다. 단기경제전망을 나타내는 단칸지수에서도 대기업들은 올해 설비투자를 4.9% 늘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가 늘어난 것은 지난 2000년 말 이후 처음이다.
설비투자 증가는 오랫동안 빈혈을 앓아온 일본 경제에 수혈을 해주고 있다. 오는 12일 발표되는 2ㆍ4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기업 설비투자 증가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0.2%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모건스탠리는 GDP 증가분의 4분의 3 가량이 제조업체들의 설비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일본 경제는 전반적으로 낙관적인 분위기다. 제조업체들은 구조조정에 성공, 1ㆍ4분기 영업 이익이 38% 증가했다. 닛케이 지수도 20년래 최저치였던 지난 4월에 비해 25% 상승했고, 채권가격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다케나카 헤이조 경제금융장관은 이를 반영, “일본 경제가 이제 끓는점에 도달했다고 믿어도 좋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부실채권과 디플레이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지 않는 한 경제회복을 장담하긴 아직 이르다는 견해도 보이고 있다. 일본 경제는 여전히 5,000~9,00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부실채권에 짓눌려 있으며, 디플레이션은 실질적인 부채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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