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임금을 자진 반납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는 공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자발적으로 감원 추진에 나선 곳도 등장해 경제위기에 대비한 공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농림수산식품부 산하의 한국농촌공사는 27일 올해 인상분 등 임금 51억원을 자진 반납하고 올 연말까지 명예ㆍ희망퇴직 등을 통해 정원의 10%에 해당되는 590명을 감축한다는 내용의 ‘경영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공사는 내년 이후에도 5%(254명)의 인력에 대한 추가 감원을 단행할 방침으로 총감원 규모는 현재 정원 5,912명의 15%인 844명에 달하게 된다. 우선 퇴출 대상은 무사안일에 빠져 조직발전을 가로막는 인력이며 업무 지원직도 줄여나갈 방침이다. 조직도 슬림화한다. 공사는 본사를 현행 22개 부서에서 17개 부서로, 지역본부는 66개팀에서 36개팀으로, 지사는 93개에서 70개 지사로 각각 줄이기로 했다. 올해 전직원의 임금인상분 40억여원과 2급 이상 간부직의 급여 10% 등 총 51억원은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경제 악화를 의식한 공기업의 자구 노력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 부문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금융공기업 등 일부 기관은 정부의 비공식적 권고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국수출보험공사는 노동조합과 임금ㆍ단체협약 체결식을 갖고 내년 직원의 임금을 동결 및 경영진 연봉 40% 삭감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수출보험공사 상임이사의 기본 연봉은 종전의 1억9,000만원 수준에서 1억1,000만원대로 내려간다. 앞서 지난달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공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자회사 10곳과 함께 임원ㆍ과장급 이상 간부직원 1만1,000여명의 올해 임금 인상분 전액을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1인당 평균 200만원 수준으로 총 220억원 규모다. 철도공사도 임원과 부장급 이상 간부의 올해 임금인상분 18억원을 자진 반납했다. 증권선물거래소 역시 임원 임금을 20% 삭감하고 낭비성 예산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경영혁신 방안을 마련했으며 부장급 이상 직원들에 대해서도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증권예탁결제원은 사장과 감사를 제외한 등기임원과 집행간부의 연봉을 31.5% 감축하고 상위직급은 개인별로 임금의 5.1%를 반납하도록 했다. 한국은행도 총재와 금통위원ㆍ감사 등 임원급 이상 간부의 내년 임금을 자진 반납하는 형식으로 15% 삭감하고 직원 임금은 동결한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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