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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운전 중 포르쉐의 '카이엔'과 접촉 사고가 났다. A씨는 고가 스포츠카라 수리비가 많이 나올 것이 걱정돼 실제로 부품 가격이 얼마 정도인지 포르쉐 홈페이지에서 조회를 하려 했다. 하지만 부품 가격을 검색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A씨는 "작년부터 부품 가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고 하는데 관련 내용이 잘 안내되고 있지 않아 알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자동차 부품 가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지만 제대로 공개하지 않거나 안내가 미흡한 업체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서울경제신문이 수입차협회에 등록된 23개 브랜드를 전수조사해보니 총 6개의 브랜드가 아직도 영어로만 부품명을 공개하고 있었다.
고가 수입 스포츠카 포르쉐와 람보르기니는 홈페이지에서 부품 가격을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가 수입 스포츠카는 교통사고 발생시 수리비가 많이 발생해 부품 가격 정보 공개가 꼭 필요하다.
포르쉐는 홈페이지에 부품 가격을 검색할 수 있도록 했지만 홈페이지에서 부품 가격 검색창을 찾으려면 5단계를 거쳐야 한다. 또 부품명으로는 잘 검색되지 않고 11자리의 부품 번호를 알아야 부품가격을 알 수 있다. 람보르기니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홈페이지에 부품 가격을 공개하고 있지만 미흡한 곳도 많다. 한불모터스가 수입·판매하는 푸조·시트로엥이 대표적이다.
두 브랜드 모두 모든 부품은 영어와 제품번호로 안내하고 있어 일반 소비자가 제품 내용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푸조는 차량 모델명으로 부품을 검색할 수 있지만 최근 많이 판매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008' 관련 부품은 찾을 수 없었다.
푸조시트로엥 외에도 영국 고급차 브랜드 벤틀리와 재규어랜드로버도 부품을 영어로만 안내하고 있었다. 캐딜락은 부품 카테고리를 영어로만 적어놔 검색에 어려움이 있었다.
수입차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일부 업체도 부품 가격 공개에 미흡했다. 영국 고급 스포츠카 애스턴 마틴과 맥라렌은 부품 가격을 아예 공개하고 있지 않다.
이들 업체는 "홈페이지를 미국과 유럽 등 전 주요 시장에서 같은 플랫폼으로 사용하다 보니 국내 법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반면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 도요타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는 일반인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한글로 카테고리를 만들고 부품명도 한글과 영어를 함께 적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국토부는 자동차 제작사 별로 제각각인 부품 가격 공개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자동차부품협회에 '통합 자동차 부품 가격 시스템'을 만들어 소비자가 쉽게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동차 제작사가 부품가격 공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및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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