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등 수요는 느는데 발행물량 대폭 감소 탓
최근 들어 기관과 개인들을 중심으로 회사채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발행 물량이 줄어들면서 회사채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의 수익률은 4.12%로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BBB- 등급 역시 9.77%의 수익률로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차를 의미하는 신용스프레드가 올 들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경신하고 있는 것은 금리메리트를 노린 시중 유동성이 회사채 시장으로 급격하게 유입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정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현재 신용스프레드는 대부분의 구간에서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을 경신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AA급 이상 초우량 채권의 스프레드 축소세는 둔화된 반면 A급 이하 채권의 스프레드 축소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행금리 역시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23일 1,0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한 하이트진로(A+등급)의 발행금리가 3.89%로 같은 등급 평균 금리(4.08%) 보다 0.19%포인트 낮았다. 한솔케미칼 역시 3.94%로 평균 금리를 밑돌았고 현대백화점(3.74%), 쌍용양회(6.69%) 등 대부분의 기업들이 비교적 싼 금리를 부여받았다.
최근 우량 등급 회사채 시장의 랠리를 이끄는 주체가 보험ㆍ연기금 등의 기관이라면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시장의 강세를 이끌고 있는 주체는 개인이다. 최근 발행한 웅진홀딩스, 대성산업, 계룡건설산업 등에는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증권사 채권영업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초반 매입한 3년 만기의 회사채가 대거 만기 도래하면서 투자자들이 금리 매력이 높은 종목 위주로 재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대성산업이나 계룡건설산업 처럼 업황 우려가 높아 금리 매력이 크지만 개별 종목의 펀더멘털은 우수해 향후 스프레드 축소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 위주로 수요가 대거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자금몰이에도 1ㆍ4분기 이후 회사채 발행 물량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번주(4월30일~5월4일) 무보증 회사채 발행액은 1,000억원에 그쳐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부터 새로 시작된 ‘수요예측(book building)’ 제도 도입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17일 이후 증권신고서를 접수한 기업부터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통해 발행금리를 결정해야 하는데 실제로 17일부터 29일까지 약 2주간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가 전무했다. 수요예측을 통해 발행금리를 결정할 경우 발행사와 주관사가 협의해 금리를 결정하던 기존 방식 보다 발행금리가 올라갈 것을 우려해 기업들이 자금조달 계획을 미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현금 여력이 높다는 점 역시 회사채 발행이 줄어드는 이유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와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들의 지난해말 현금성자산은 54조3,403억원으로 1년만에 2조5,246억원(4.87%) 늘었다. 기업 1곳당 평균 882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신용스프레드가 완만한 축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 신용스프레드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가격 메리트가 크게 약화됐지만 여전히 펀더멘털 대비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채권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운ㆍ건설 등 글로벌 경기의 영향이 큰 업종까지 스프레드 축소 추세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방종욱 현대증권 연구원은 “가격 부담으로 스프레드가 추가적으로 축소될 여지가 줄었지만 크레딧 버블기였던 2005년 이후처럼 스프레드 축소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조선, 해운, 건설 등 한계산업의 신용스프레드도 축소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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