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선박업체들이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테네증권거래소와 그리스 선박업체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 17일 한국거래소에서 그리스 선박업체의 국내 증시상장을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5월 한국거래소와 아테네증권거래소 간에 그리스 선박업체의 국내 증시 상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7개월 만에 결실을 눈앞에 둔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그리스 선박업체들의 상장을 주관하는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기업금융(IB) 관계자들도 함께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고위관계자는 "10월 증권사들과 함께 그리스를 방문했을 때 현지 비상장 선박업체들이 자본조달을 위해 국내증시에 상장을 적극적으로 타진해 와 이번 논의가 이뤄지게 됐다"고 전했다.
상장방식으로는 그리스 장외 기업이 아테네와 한국에 동시에 상장하는 방안과 한국에만 단독 상장하는 두 가지가 논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논의에서 뉴욕과 런던거래소에 상장된 업체들이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통해 국내증시에 2차로 상장하는 방안은 다뤄지지 않았다. 현재 그리스 선박업체들은 뉴욕증권거래소와 런던거래소에는 20여개가 상장돼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다른 나라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기업은 해당 시장에서 먼저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아직 증시에 상장돼 있지 않은 그리스 선박업체의 경우 아테네거래소와 국내에 동시에 상장할 수도 있고 이를 원하지 않는 업체는 국내에만 단독 상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자본조달선진화 방안'을 밝힌 바 있어서 그리스 업체들의 국내증시 입성은 큰 난관은 없는 상태다. 금융위원회와 거래소는 지난주 포브스 500대 기업 수준의 글로벌 우량기업이 국내증시에 상장할 경우 이들 기업들에 대한 질적심사를 완화하고 상장주관회사의 최소 투자의무도 면제해주는 방안을 발표했다. 거래소도 상장규정을 고쳐 자산 2조원 이상의 해외기업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경우 '사외이사 3명 이상을 두되 이사총수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는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방문한 그리스 선박업체는 여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어 대규모 기업공개(IPO)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거래소 고위관계자는 "이번에 국내에 방문한 그리스 선박업체가 대형이라 몇 개의 자회사들이 한꺼번에 상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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