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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의 주식투자 손실 7천억원
입력2003-08-26 00:00:00
수정
2003.08.26 00:00:00
이학인 기자
정부ㆍ여당이 연금법과 기금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ㆍ공무원연금ㆍ사학연금기금 등이 지난 3년반 동안 주식투자로 7,000억원대의 손실을 보았고 평균수익률도 –10.5%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 국정감사 자료분석을 통해 밝혔다.
지난 3년여간 증시 여건이 좋지 않았으므로 일견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주식투자 수익률은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의 부침에 달린 것이고 산정기간에 따라 수익률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선안에 대한 사회적 논란도 마무리되지 않은 마당에 연기금의 무분별한 주식투자가 능사가 아님을 말해준다. 사실 그 동안 60개 연기금 가운데 14개에 대해 주식투자가 허용돼 왔으나 미국 증시 등에 비해 활발한 기여가 없었던 점은 누차 지적되어 왔다. 따라서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증시의 수요확대와 장기투자 기반마련을 위해 바람직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연기금 운용 기관들이 주식투자에 미온적이었던 것은 그만큼 우리 증시의 안정성이 부족하고 운용 노하우에서 자신이 없었던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연기금 운용기관의 책임을 지금처럼 엄격하게 유지하면 기금관리법 개정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투자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반면 면책범위를 지나치게 완화하면 도덕적해이를 조장해 운용손실이 불어나는 폐해가 빚어질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 기회에 연기금의 장기운용계획을 확실하게 다시 점검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 57조원의 여유자금이 있다고는 하나 운용계획과 결산 심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대다수 국민이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보험요율 및 급여율 등 연기금 운용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뒤에야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 정도도 손쉽게 산출해 낼 수 있지 않겠는가.
또한 기금운용위원회의 관할 문제를 놓고 최근 정부 부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 각 부처로서야 자신의 관장업무를 내놓고 싶지 않겠지만 대부분 국민과 기업의 기여로 이루어지는 연기금 자산을 특정 부처가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기금운용위원회를 설치하되 가능한 한 정부 인사의 참여를 줄이고 민간전문가를 임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학인기자 lee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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