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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중국 등을 비롯한 신흥국 사이에 자리한 한국 경제의 재도약은 독일처럼 '미텔슈탄트(강소기업)'를 키워낼 수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세계적 석학인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는 22일 서울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4-기술이 미래다'의 둘째 날 '창조' 세션 기조 강연자로 나서 독일식 강소기업인 미텔슈탄트를 한국의 미래 산업 모델로 제시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국제통화 및 금융 분야의 권위자로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때부터 한국 경제를 연구한 지한파 학자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이제 한국은 제조업에 집중해야 할지, 아니면 그다음 단계(post manufacturing)로 나가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그는 선진국들은 젊고 규모가 작은 신생 벤처기업인 '스타트업(start-up)'이 혁신과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한국도 이제는 이러한 혁신 강소기업들이 주도하는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정보기술(IT)·자동차 등 기존의 주력산업에 이어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게임이나 디지털미디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에 국한한 필요는 없다"며 "독일의 미텔슈탄트처럼 제조업을 포함한 중소 규모의 역동적 기업으로 구성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이스라엘과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발적인 창업을 위해 사회복지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이스라엘처럼 고급 공학인력을 육성해야 한다"며 "아울러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이 대학과 강소기업이 활발히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자금지원이 필수적이지만 정부는 제한적인 역할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서 '도전' 세션의 강연자로 나선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는 저성장 기조를 탈출하기 위한 해법으로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술혁신을 강조했다. 손 교수는 "지금 전세계 경제는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결국 성장이 정체돼 전체 시장의 '파이'가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면 기술혁신으로 경쟁자의 점유율을 빼앗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모범사례로 협력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의 '코크리에이션(co-creation)'을 꼽았다. 손 교수는 "앞으로는 더 많은 생산량이 더 높은 고객만족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미래사회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단 하나의 제품을 만들더라도 진정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ed.co.k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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