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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주택대출 증가세… 당국·은행이 부실 방조

[불황에 자금 시장 불안 지속] <br>서민 집 담보로 생활·사업자금 융통 느는데<br>새 먹거리 못찾은 은행 다시 대출 영업 확대<br>당국도LTV 등 빚 내서 빚 연장 땜질식 처방만

한 시중은행 본점 영업담당 직원이 주택을 구입하려는 고객과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 하우스푸어가 사회문제화하고 집값이 떨어지는데도 주택대출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경제DB


무섭게 떨어진 집값에 불나방처럼…
브레이크 없는 주택대출 증가세… 당국·은행이 부실 방조[심층진단] 불황에 자금 시장 불안 지속 서민 집 담보로 생활·사업자금 융통 느는데새 먹거리 못찾은 은행 다시 대출 영업 확대당국도LTV 등 빚 내서 빚 연장 땜질식 처방만

이유미기자 yium@sed.co.kr













한 시중은행 본점 영업담당 직원이 주택을 구입하려는 고객과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 하우스푸어가 사회문제화하고 집값이 떨어지는데도 주택대출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경제DB










빚을 과도하게 진 채 집을 보유한 하우스푸어의 부실이 사회 문제화하고 집값마저 떨어지는 와중에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집을 저당 잡혀 생활자금 융통에 나선 서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로운 먹거리 수단을 확보하지 못한 시중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볼륨 확대에 목을 매고 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의 50~60%를 차지하는 중도금대출 연체율이 3~5%까지 치솟고 일부 은행은 연체율이 1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부실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하우스푸어 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방책도 담보인정비율(LTV)을 넘어서는 부분을 신용대출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는 실상 부실을 연장하거나 또 다른 악성부채를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비약일 수 있지만 은행과 금융당국이 나서 부실을 방조ㆍ확대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계속 늘어나는 주담대…저당 잡혀 생활자금 융통=최근 금융당국은 지난 6월 중 기업 및 가계대출 증가폭이 둔화됐다는 한국은행 통계자료를 반가워했다. 급작스러운 대출 볼륨 감소는 중소기업 및 서민들의 자금 융통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계대출 부실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주택담보대출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들의 7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연초 대비 최대 1조7,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수도권에 미분양단지가 넘쳐나고 올해 상반기 주택거래량은 46만4,727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보다 3만여건 줄어들었다. 다시 말해 금융시장에 주택구입을 위해 자금을 빌리려는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는 의미인데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도리어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대부분의 가계에서 최후의 보루라고 인식하는 주택을 담보로 사업자금이나 생활자금을 융통하려는 서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은행에 따르면 2009년과 올 7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각각 73조3,586억원과 76조5,719억원으로 3조원가량 증가했다. 이 가운데 7월 말 기준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은 44조1,240억원으로 2009년(46조407억원)보다 2조원 가까이 줄었다.

반면 주택구입(거주목적+거주 이외 부동산 구입) 이외의 대출, 예컨대 사업자금 마련이나 생활비 목적 등의 대출은 2009년 27조3,179억원에서 올 7월 32조4,479억원으로 늘어 전체 비중도 37.2%에서 42.3%로 증가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며 영세 자영업자들은 까다로운 기업대출 대신 주택담보대출로 자금을 융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빚내서 빚 연장하라는 금융당국=올 상반기 수익률 악화에 따른 위기감에 줄줄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시중은행들도 주담대 증가세에 동참하고 있다.

올 들어 우리은행이 낮은 금리를 제시하며 공격적으로 주담대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시중은행 중 주담대 비중이 가장 높은 국민은행도 주담대 증가세에 불을 댕기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수년간 주력자산이었던 주담대 증가 비중이 둔화되며 7월부터 수도권보다 부동산 경기가 양호한 지방 등에서 오히려 영업확대 전략에 돌입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10년 넘게 주담대로 자산확대에 골몰했던 시중은행들은 주담대 외에 신규 먹거리가 딱히 없다"며 "올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주담대 규모를 쉽사리 줄이기는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처럼 국내 가계부채 및 자금시장에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은 주먹구구식 땜질처방만 내놓고 있다. 가계부채로 시름하는 서민들에게 빚을 내서 당장의 빚을 갚아 현재의 상환부담을 미래로 떠넘기게 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금융감독 당국이 집값하락에 따른 LTV 상승으로 부채상환 압박이 거세지자 LTV 초과분을 장기분할 상환이나 신용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집값하락으로 LTV 한도를 초과한 '위험대출' 은 3월 말 현재 잔액 기준으로 44조원에 달한다. 또 올 들어 5월까지 담보가치 하락 등의 이유로 원금을 일부 상환한 대출규모는 1만5,000건, 3,000억원에 이른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정부의 시나리오대로 경기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미래로 이월한 가계부채는 오히려 더 큰 폭발력을 가진 부실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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