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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땐 죽을 맛이었는데 … 올핸 소비 살아 희망 보여요"

■ 명절특수 앞둔 '굴비의 고장' 영광 가보니

日방사능 여파로 재고 쌓여 영세사업장들 타격 컸지만

백화점·마트 예약판매 늘어 혹한 불구 선물 포장 구슬땀

9일 용우상사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설 명절 굴비 선물세트로 만들 조기를 크기별로 분류하고 있다. 크기에 따라 나뉜 조기는 냉풍건조 작업 이후 선물세트 포장 등의 과정을 거쳐 시중에 유통된다.

설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난 9일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에 찾은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면. 해풍 때문에 체감온도는 더 추운 이곳에서 굴비 제조·유통업체인 신진유통 작업장을 방문했다. 조기를 냉동 보관했다 건조시켜 굴비로 제조하고 포장·유통까지 일체를 담당하는 신진유통의 작업장은 실내였음에도 불구하고 바람만 피할 수 있을 뿐 바깥 기온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냉기가 매서웠다. 입김이 절로 나오는 실내 작업장에서 신진유통 직원들은 설날 선물세트 포장에 바쁜 손놀림을 보이며 제법 명절 분위기를 자아냈다.

작업장 안에서 만난 이정운(52) 신진유통 대표의 얼굴에는 명절 특수에 대한 기대가 엿보였다. 할아버지·아버지에 이어 3대째 가업을 이어 굴비 제조·유통업에 종사해오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였지만 지난해 추석은 되돌아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난생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 "일본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와 방사능 유출 사태로 우리 수산물 소비가 그렇게 줄어들지 누가 생각이나 했겠냐"고 반문한 그는 "지난해 추석 때 창고에 쌓여있는 재고를 볼 때는 당혹감에 어쩔 줄 몰랐지만 몇 개월 지나고 또 명절을 맞으니 기대가 다시 생겨난다"고 말했다.

설 선물세트를 준비하는 직원들의 부산스러운 움직임과 표정에서도 '올해는 다르겠지'라는 기대감이 묻어났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백화점 등의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에서 굴비·옥돔·갈치 등 수산물 판매가 점차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추석의 경우 예상 소요물량인 100톤보다 30% 급감한 70톤만 판매가 이뤄져 30톤은 고스란히 재고로 남았다"며 "법성포 내 굴비 사업장 가운데 90%가량이 영세업자들이다 보니 지난해 추석 굴비 소비 급감에 일부는 사업을 접거나 파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성포 굴비 제조·유통업체 대부분이 수협 등 금융기관 대출로 원재료인 조기를 사들이는 터라 판매 급감은 곧바로 이자 등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일부 영세기업이 지난 추석에 정리되기도 했으나 이번 설에는 서울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굴비 소비가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여서 현재 보유한 130톤 규모의 물량도 소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굴비 제조업체인 용우상사에서 만난 박재호 상무는 "굴비가 왕년의 인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여 설 대목을 앞두고 최근에는 선물세트 포장을 위한 연장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이번 설을 앞두고 지난해 추석 방사능 유출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굴비 소비를 살리고자 여러 가지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는 점도 산지 굴비 제조·유통업체를 웃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롯데마트의 경우 설을 앞두고 수산물이 어느 어장에서 잡혀 식탁에 올라왔는지 이력 정보를 관리·기록해 공개하는 '수산물이력제'를 도입했다. 다른 백화점·대형마트 등도 굴비 등 수산물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포장재를 줄이는 대신 시중가보다 가격을 20~30% 내린 수산물 세트를 선보이거나 안전성을 강조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펴고 있다. 이 대표는 "영광 법성포 굴비는 제주 등 청정지역에서 잡은 조기로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CCCP)에 맞춰 만들고 있다"며 "대형마트의 수산물 이력제는 물론 금속검출기 통과 등 안전검사도 철저히 하고 있으니 소비자들이 믿고 사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전남 영광=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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