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구조가 '고용 없는 성장'에서 '성장 없는 고용'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낮아져 고용탄성치는 과거보다 높아졌지만 질 낮은 일자리만 생겨난다는 의미다.
30일 현대경제연구원은 '고용의 10대 구조적 변화' 보고서에서 "2010년대 들어 성장률이 크게 하락했음에도 고용은 오히려 늘어났다"며 "성장률이 떨어졌음에도 고용이 증가한 것은 질 낮은 일자리가 주로 늘어난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성장이 고용에 미치는 연관지표인 고용탄성치(고용증가율/경제성장률)은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0.60포인트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970년대 초반 0.41포인트에서 2000년대 후반 0.22포인트까지 하락했지만 2010년 이후 다시 상승 반전한 것이다.
김광석 현대연 연구원은 "2010년 이전까지는 경제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고용증가율은 더 빨리 하락하는 '고용 없는 성장' 시대였다면 이제는 '성장없는 고용'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기대수명은 길어지고 노후준비는 부족해 베이비붐세대가 자영업·일용직 등으로 이동하고 있어 질 낮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외에 보고서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워킹 던트'가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킹던트란 업무를 뜻하는 '워킹(Working)'과 학생을 말하는 '스튜던트(Student)'의 합성어다. 전체 청년(15~29세) 취업자 중 학업을 병행하는 사람은 2004년 14.4%에서 올해 19.2%로 확대됐다.
또 일하는 기혼여성을 뜻하는 '워킹맘'도 일반화되고 있다. 2004년 기혼여성 중 취업자 비중은 47.3%에서 올해 50.5%로 절반을 넘었다. 이 밖에도 고용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총취업자 중 서비스업 비중은 1980년 37%에서 올해 69.6%로 급증했다. 장시간 근로체제도 점차 완화하고 있다.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지난해 2,276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987시간)보다 여전히 높지만 2000년(2,656시간)보다는 크게 줄었다.
베이비붐세대가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도 줄어들면서 2020년대 초반부터 노동공급이 부족한 경제로 변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전체 고용시장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으므로 이에 맞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며 "특히 고용의 양적인 성장과 같은 긍정적인 면은 강화하고 일자리의 질적 하락 및 일자리 양극화 같은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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