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이서준(34)씨는 쏟아내리는 폭설로 사고가 나 1588로 시작되는 보험사 콜센터로 전화를 걸었지만 상담원과 통화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수화기 너머로 "전산장애의 여파로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니 양해를 부탁한다"는 설명뿐이었다. 출근시간도 늦고 추위에 떨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1억건이 넘는 사상 초유의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1588'로 시작되는 상담전화 콜센터가 마비되면서 '카드정보 유출내역' '카드 교체발급'과 관련된 상담뿐 아니라 '보험사 긴급출동 서비스' 이용까지 불편함이 생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 카드사들이 상담채널을 자사 지점, 은행 영업점, 계열사 카드 모집대까지 확대했지만 현장 창구가 마비될 정도로 북적여 고객 불만이 가중됐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정보 유출 관련 상담으로 콜센터가 마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김씨는 "학교에 나오자마자 카드사 홈페이지를 접속했지만 오류가 떴고 콜센터는 하루종일 통화 중이어서 연결하지 못했다"며 "지점까지 굳이 찾아가기도 애매해 며칠 뒤에나 다시 통화해 봐야겠다"며 한숨지었다.
국민카드는 현재 콜센터 및 피해예방센터 상담 업무에 총 1,380명을 투입했으며 롯데카드 800여명, 농협카드 240명을 각각 투입했지만 고객 민원을 한꺼번에 접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상담채널을 늘리기 위해 국민카드는 자사 영업점의 근무시간을 늘리고 롯데카드는 31곳의 롯데백화점 내 카드센터에서, 농협카드는 5,300만 농협은행 영업점에서 각각 피해상담을 받았지만 이마저도 불편함이 따랐다.
이날 정오께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소재 롯데카드 센터에서 뽑은 대기 순번표는 무려 530번이었다. 롯데카드 직원에게 문의하자 5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올 정도였다.
김다희(29)씨는 "전화상담도 되지 않아 현장을 방문했는데 5시간을 기다리라고 하니 분통이 터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상담으로 이날 한꺼번에 '1588'로 전화가 몰리면서 폭설에 따른 자동차 사고 접수와 긴급출동 요청도 애를 먹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이날 오전 한 시간가량 15886·1577 등의 국번으로 시작되는 콜센터 전화가 먹통이 됐다가 복구됐다.
삼성화재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기존 1588-5114 및 대체번호 (02)2119-2005 모두 이용이 가능하다"면서 "전산장애 여파로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 양해 부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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