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는 한때 미국 증시와의 완벽한 커플링으로 '도플갱어'로 불렸다. 하지만 요즘 코스피의 전혀 다른 움직임은 많은 전문가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미국의 선물시장으로 국내시장을 가늠할 만큼 중요한 선행지표였던 다우지수는 더 이상 국내 증시의 주요 좌표가 아닌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언젠가 올 동반상승 국면을 기다리며 여전히 미국과 일본 시장을 주시한다.
잠시 눈을 돌려 중국 증시를 보자. 미국ㆍ일본 시장과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며 연초 반짝하던 증시는 내리막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금융위기 직전 주가인 6,100포인트에 한참 못 미치는 2,100선에 불과하다. 국내 증시와 별반 다르지 않은 흐름이다.
최근 선진 증시와 국내 증시의 디커플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개별국가에 대한 수출비중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 가운데 중국의 비중은 24.5%로 가장 크다. 이어 미국 10.7%, 유럽 9.3%, 일본 7.1% 순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7%나 달한다. 수출주도형 경제구조가 오히려 더 가속화됐는데 이는 결국 중국이라는 신흥시장 때문이다. 중국의 물량이 늘어나면서 수출 총량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당연히 국내 경제 영향력의 중심은 미국과 일본에서 중국으로 옮겨간 셈이다.
여기서 우리나라는 이제부터 어느 나라의 주가와 더 동조화될까 하는 고민에 빠진다. 정치적ㆍ심리적 영향력은 분명히 미국이지만 경제적 영향력은 갈수록 중국이 커지고 있다. 지난주 일본의 성장률이 발표되자 우리나라는 15년 만에 일본의 성장률에 뒤졌다고 아우성이다.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일본의 성장과 한국의 성장이 동조화될 수 없는 현실이다.
하반기 포트폴리오 점검이 필요한 시점에 선진국과의 디커플링 이해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미국이 올라가면 유럽도 활황이고 중국도 좋아지면서 전세계의 주가가 동조화되던 때와 지금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주식시장을 이해해야 한다. 단순히 동조화 관점에서 국내 주가를 분석하고 예측하면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글로벌 거대 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이제부터는 어떤 좌표를 기준으로 어느 정도의 위험치를 감수해야 할지 냉정히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한다. 선진시장의 활황이 중국에 영향력을 미칠 때까지 현재의 디커플링 상황은 좀 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디커플링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변화의 정도를 새롭게 판단해서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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