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의 소득 대비 지출 비율이 역대 최저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소득이 증가하고 있다지만 늘어나는 세금 등이 이를 상쇄하면서 가계가 씀씀이를 더욱 줄였기 때문이다. 고령층이 늘어나는 인구구조적 변화에 경기침체, 그리고 '사실상의 증세'까지 겹치면서 얇아진 가계 지갑이 더 얇아지는 추세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14년 4·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평균 소비성향은 72.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75.9%보다 3%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2012년 이후 3년간 역대 최저기록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평균 소비성향이란 소비지출을 전체 소득에서 세금 등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쉽게 말해 세금 등을 제외한 소득이 100만원인데 소비지출에 72만9,000원이 들었다는 의미다.
이처럼 평균 소비성향이 낮아진 것은 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0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3.4% 늘었다. 하지만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1,000원으로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운주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들이 지출은 줄인 것은 물론이고 젊은 층도 노후를 대비해 씀씀이를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기에 연말정산 대란을 불러온 2013년 세법개정안으로 5,500만원 이상 근로자 가구의 세 부담이 늘어난 것도 가계가 지갑을 닫는 현상을 한몫 거들었다. 실제로 비소비지출 중 근로소득세 항목이 포함된 경상조세는 전년대비 5.8% 증가해 소비지출 증가율을 두 배가량 앞질렀다.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 지출도 전년 대비 7.2%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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