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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지혜/이근영 신용보증기금 이사장(로터리)
입력1997-01-03 00:00:00
수정
1997.01.03 00:00:00
이근영 기자
정축년의 새해가 밝았다. 새해 아침을 맞아 예년과 다름없이 도하 각 신문에는 신년사를 비롯하여 금년의 전망 등을 다채롭게 편집해 실었다. 그러나 신년사 등에는 새해에 대한 희망과 축복을 담은 덕담으로 시작하기보다는 고비용 저효율로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 경제, 대선이 몰고올 정치열병, 졸부들의 사치성 과소비, 노동관계법 개정으로 빚어질 사회적 혼란, WTO의 정착, OECD가입에 따른 개방 압력과 선진국 수준의 품위유지비 등 온통 걱정과 불안으로 지면을 채우고 있다는 것이 예년과 크게 다르다.그리고 그 대처방안으로 고기술과 경영혁신 등으로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기하고 경쟁력을 제고할 것도 대부분 빠뜨리지 않고 제시하고 있다. 사실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 사이에는 경영혁신이 무슨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귀에 거슬렸던 팀제, 조직의 슬림화, 능력과 실적에 따른 인사와 급여체계, 명예퇴직제도 등이 이제는 일상용어가 된 느낌이다. 이러한 현상은 종래의 보호된 시장,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 그리고 안정된 경영환경하에서 국제적 상호주의, 시장 개방, 임금의 급상승, 정보화사회의 급진전 등 경영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함에 따라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변신전략으로서 경영혁신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이란 우리말사전을 찾아보면 「아주 새롭게 함」을 뜻한다. 그러니까 혁신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Learning) 이전의 것을 버리는(Unlearning) 것을 전제로 한다. 지구가 둥글다고 하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 것은 지구가 편평하다는 종전의 지식을 버리는 것이다. 경영혁신도 변화에 걸맞지 않는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버리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힌두교경전 「우파니샤드」에는 우주 최고원리인 「브라만(범)」의 경지가 믿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릴 때 도달할 수 있음을 전한다. 브라만은 그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알려지지 않고 그것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알려진다는 역설을 성립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세 기독교의 「부정의 신학」에서도 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정의하는 대신 우리가 신에 대하여 가진 생각을 하나 하나 부정함으로써 신을 이해하려는 신체험적 접근을 시도한 바 있다.
새해 아침에 도하 각 신문에 실린 신년사를 읽어보면서 우리가 21세기를 앞두고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하여는 누구를 탓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하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먼저 소득 1만달러시대에 살면서 두자리 이상의 고도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는 환상, 각 경제주체들의 고통분담없이 정부가 다 해줄 수 있고 해낼 수 있다는 착각, 고질적인 지역감정과 배타주의, 가진 자들이 기득권을 양보할 줄 모르고 사치성 소비를 일삼는 천민 자본주의, 눈앞의 소승적 이해에만 집착하는 집단 이기주의 등을 과감히 버릴줄 아는 지혜를 가져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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