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는 1997년 중화권 언론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사랑이 뭐길래', 'HOT' 등 한국의 대중문화가 아시아 시장에 처음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때다. 하지만 당시 분위기는 '한류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할 것'이라는 냉소적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겨울연가', '대장금' 등이 잇따라 인기를 끌면서 한류 열풍이 이어졌다. 지난해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유튜브 조회 수 16억 건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면서 세계적 스타로 우뚝 섰고, 영화와 드라마가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류 2.0'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이에 힘입어 2012년 문화산업 수출액은 사상 처음 수입액을 넘어서 8,500만 달러 흑자라는 역사적인 대기록을 세웠다.
이제는 IT제품과 서비스가 대중문화의 바통을 이어받아 '한류 3.0'의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백색가전과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가 앞에서 끌고, 게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소프트웨어가 뒤에서 밀면서 쭉쭉 뻗어 나가는 중이다.
한류 열풍에 IT제품과 서비스 중에도 대한민국 인구보다 두 배나 많은 1억 판매를 달성한 '1억 클럽' 스타가 속속 등장했다. TV,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에 이어 이제는 스마트폰이 1억 클럽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는 2010년 5월 세상에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누적으로 6억5,000만대가 팔렸다. 지난해만 총 3억대가 판매됐다. 이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대표제품은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인 시대가 됐다.
소프트웨어 중 게임은 일찍부터 한류 대열에 동참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서비스 시작 후 10년째가 되는 지난 2008년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하고, 전 세계 가입자 수 4,300만명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모바일 메신저와 어플리케이션(앱)의 해외진출이 눈부시다. 네이버 라인은 가입자 4억명을 넘어 올해 중에 5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에서 시작해 한국을 거쳐 태국 등 동남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4개월 만에 3억명에서 4억명으로 1억명이 늘었다. 카카오도 가입자가 1억3,000만명을 넘어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서비스하는 카메라앱 '싸이메라'도 매달 1,000만명이 신규로 가입하면서 최근 8,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내년 상반기에 1억명 돌파는 무난할 전망이다.
시스템통합(SI) 사업도 한류 열풍이 뜨겁다. 개발도상국의 교통시스템과 우편, 물류, 철도 등 시스템통합 작업을 한국 기업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가령 남미의 3대 도시로 꼽히는 콜롬비아 보고타에 구축된 교통카드 자동결제시스템도 LG CNS가 담당했다. 전 세계에서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SI업체들의 수출 실적은 매년 30% 안팎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SI 중 전자정부 관련 수출이 많다. 외국 정부의 조달·관세와 보안 시스템 등을 구축해 주는 일이다. 전자정부 관련 매출은 지난 2008년 3,000만 달러에서 6년 만에 4억 달러로 13배 넘게 급증했다.
이제는 IT한류가 문화 한류를 재생산하는 상황이 됐다. 처음에는 대중문화에서 시작했던 한류가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고, 높아진 'Korean Made'에 대한 이미지가 IT제품 판매로 연결됐다. 그러나 이제는 IT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높은 만족감이 다시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주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됐다.
최근 중국에서는 K앱(한류앱)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한국 관련 콘텐츠를 담은 앱이 한류 바람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음식점 앱이 인기가 높은데, 이 앱은 한류 드라마 혹은 한류 스타가 방문했던 음식점 등을 소개해 준다. 한류와 관광산업이 IT와 만나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낸 셈이다.
대중문화 한류와 IT한류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눈앞에 다가왔다. 오는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통신교류 국제행사인 '2014 ITU 전권회의'가 그것이다. 이 행사는 국내 ICT 기업을 세계에 알리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ICT 엑스포 등 스마트 한류 문화를 널리 알리는 행사도 함께 열린다.
IT업계와 문화계가 ITU 전권회의를 발판 삼아 더 큰 한류를 만들어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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