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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논쟁보다 경제 우선" 일보후퇴
입력2004-05-13 18:11:08
수정
2004.05.13 18:11:08
"정부와 갈등보다 협력필요" 공감대도 형성… 규제완화 뒷받침 안되면 강경선회 가능성
"개혁논쟁보다 경제 우선" 일보후퇴
"정부와 갈등보다 협력필요" 공감대도 형성 규제완화 뒷받침 안되면 강경선회 가능성
재계의 ‘조건 없는 투자확대’ 선언은 무엇보다 성장ㆍ분배논쟁 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다 경제회생의 기회를 영영 놓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 정치권이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좋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투자선언을 정부의 재벌개혁 등에 대한 굴복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강온전략의 일환이며 일시적인 ‘숨 고르기’로 보는 편이 우세하다
◇ “경제회생 실기(失機) 안된다” = 경제의 최전선에 있는 전경련 회장단이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이 대단히 어둡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일이다.
회장단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점점 더 어두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수경기는 400만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 38만명에 이르는 청년실업 등으로 좀처럼 ‘빙하기’를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힘겹게 외날갯짓을 하고 있는 수출마저 금리ㆍ환율ㆍ유가 등 해외발 3대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발 경제쇼크의 여진은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회장단은 국내경기가 ‘L’자형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예상하면서 침체국면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설비투자의 위축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다.
한마디로 한국경제는 죽느냐 사느냐,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손을 잡고 발맞춰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두 주체인 재계와 정부는 ‘성장이냐 분배냐’, ‘규제완화냐 제도 선진화냐’ 등 해답 없는 논쟁으로 반목하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재계의 ‘무조건 투자’ 선언은 한마디로 “이러다가는 자칫 경제회생을 위한 때를 영영 놓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왔다. 금리ㆍ환율ㆍ유가 등 해외발 악재 앞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경제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내공’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라는 인식이다. ‘내공’의 핵심은 기업의 투자이다.
◇ 재계, 이보전진 위한 일보후퇴 = 이날 재계의 ‘무조건 투자확대’ 선언은 외형적으로 볼 때 돌연한 입장변화다.
재계는 그동안 “기업들이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기업규제 때문”이라며 조건부 투자론을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재계는 “사유재산제도에 의문을 품는 세력이 (정부에) 있다”(11일), “사유재산제도를 인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논쟁해보자”(12일)면서 ‘색깔공세’까지 폈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골이 깊어지면서 정부와의 갈등증폭보다는 협력에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재계 내부에서 힘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두고 재계가 정부에 ‘유화 제스처’를 보낼 필요가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재계의 ‘투자확대’ 선언은 어디까지나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로 받아들여진다. 투자확대 선언에 걸맞은 정부의 규제완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재계는 언제든지 강경노선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제 공은 정부에 넘어갔다.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의 대부분을 정부가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됐다. 그만큼 정부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재계는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역량을 쏟는다는 방침으로 당분간 공정법 개정안에 대한 직접대응을 자제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출자총액제 폐지, 계좌추적권 반대 등의 입장은 불변”이라고 말했다.
/ 문성진기자 hnsj@sed.co.kr
입력시간 : 2004-05-1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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