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떨어진 집값 후폭풍 몰아친다
하우스푸어 56만9000가구… 가계부채 150조 부실 노출[파이낸셜 포커스] ●윤곽 드러난 금융사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집값 20% 떨어지면 하우스푸어 5만가구 늘어금리 1%P 오를 때 부실위험 7400가구 증가
김민형기자 kmh@sed.co.kr
집값이 떨어져 대출 원금과 이자조차 갚기 힘든 신빈곤층인 일명 '하우스푸어' 계층이 전국에서 57만가구에 육박하며 150조원에 가까운 빚을 진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앞으로 집값이 20% 하락하면 고위험 하우스푸어가 최대 5만가구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연구원은 30일 금융위원회와 공동으로 연 '가계부채의 미시구조 분석 및 해법'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상환비율(DSRㆍDebt Service Ratio)이 60%를 넘는 '잠재적 위험가구'는 현재 56만9,000가구에 이르렀다. DSR는 원리금 상환액을 경상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잠재적 위험가구는 소득의 60% 이상을 빚 갚는 데 써야 해 하우스푸어로 볼 수 있다.
잠재적 위험가구가 금융권에서 진 대출 총액은 14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보유 부동산ㆍ금융자산을 모조리 처분해도 대출금조차 다 못 갚거나 부동산 평가액의 40%만 보전하는 '고위험가구'는 최대 10만1,000가구에 이르렀다. 이들이 진 총 대출금은 47조5,000억원이다.
하우스푸어가 집중된 계층은 연령 기준시 40~50대(35만2,000가구), 직업 기준시 자영업자(26만1,000가구), 지역 기준시 수도권 거주자(33만9,000가구)로 꼽혔다.
연구원은 하우스푸어를 대상으로 일명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주택가격이 20% 하락하면 고위험가구가 4만6,000가구 더 늘어 14만7,000가구에 달하리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금융권은 16조6,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더 안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은행은 큰 문제가 없지만 제2금융권에서 도산하는 곳이 나올 수 있다고 연구원은 전망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고위험가구(DSR 40% 이상으로 가정)는 최대 7,400가구 증가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가계부채의 아킬레스건인 다중채무자(3곳 이상의 금융사에서 대출 받은 계층)는 316만명으로 분석됐는데 이들의 총 대출액은 279조원에 달했다. 심각한 것은 이중 11.5%인 36만2,000명이 대출 만기를 30일 이상 넘도록 원리금을 갚지 못한 연체자라는 점이다.
다중채무자중 연 소득이 1,000만~2,000만원인 저소득층의 연체자 비중은 올해 6월 말 현재 17.4%에 달해 2010년(11.4%)보다 6%포인트 증가했다. 소득 1,000만원 이하 다중채무자들의 연체 비중도 역시 같은 기간 6.8%포인트 증가(11.4%→17.2%)했다. 저소득 다중채무자 5명당 1명은 대출 원리금 상환을 제때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원 측은 60대 이상 고령층의 가계부채 상황이 비교적 심각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따라서 집값이 하락하면 이들 연령층의 충격이 가장 클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주택경기가 호황을 탈 때 과도하게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이들 고령층은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ㆍLoan To Income ratio) 200%를 넘고 있었다.
연구원은 "대출구조 측면에서도 50~60대 (연령층) 이상은 만기 때 한꺼번에 갚는 일시상환 방식의 비중이 커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들은 모두 350조원가량의 채무를 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계층에서도 역시 연령이 많을수록 DSR 등 가계부채 관련 지표가 좋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이들 대출 중 44%가 제2금융권 대출이어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원은 "자영업자 대출 총량은 늘었지만 1인당 대출금은 안정적이라는 점으로 미뤄 비슷한 업종이 좁은 지역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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