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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활성화의 허실
입력2003-02-09 00:00:00
수정
2003.02.09 00:00:00
재래시장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각급 지방자치단체가 작심이나 한 듯 줄줄이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현실적인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대전ㆍ충남ㆍ경남 등 대부분의 지자체가 내세우는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은 `현대화`를 통한 점포ㆍ시설개선에 사업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재래시장의 위축 원인을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의 등장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재래시장보다 대형 할인매장이나 백화점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친절하고 깨끗하고, 인간대접을 해준다는 것 외에는 무엇이 있는가.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에서는 고객들에게 상품을 사라고 권유는 하지만 소비자가 불쾌감을 느낄 만큼 강권하지는 않는다. 물건을 구입한 후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반품해 준다. 그것도 아주 친절하게. 유아들을 위한 쉼터나 어린이 놀이터를 마련해 놓은 것은 기본이다. 이에 비해 재래시장은 어떤가. 물론 모든 곳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비위생적인 환경에다 반품을 하려면 상인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언성까지 높이는 일이 벌어진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는 이리 저리 신경 쓰면서 찾아야 하고 누구에게 물어봐도 친절히 안내하지 않는다. 그나마 찾았더라도 지저분하고, 휴지 등 필요한 물품을 제대로 갖춘 곳은 드물다. 고객서비스에 대해 상대적으로 엄청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백화점은 오히려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까지 외치는 상황이지만 재래시장은 고객만족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재래시장은 단순히 생활필수품을 사고 파는 장소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 골목 저 골목 누비면서 어릴 적의 향수를 맛보게 하고, 따뜻한 인간미까지 느끼게 해야 한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의 규격화된 친절에 신물 난 고객들에게 `인정`이라는 경쟁력으로 맞서야 한다. 영국 미국 등 일부 선진국 재래시장이 외국인들에게 관광 명소로까지 당당하게 자리를 잡은 것은 물건만 파는 시장이 아니라 문화와 인심을 팔고, 토속민의 정을 덤으로 주기 때문이다.
우리 재래시장도 조금만 신경 쓰면 내국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까지 찾게 하는 명소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보완 없이 외형만 바꾸는 현대화는 경쟁력을 상실한 또 다른 형태의 유통시스템을 양산 할 위험성 마저 안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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