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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 넘어 정치금융으로… 멀기만 한 금융선진화

■ 또… 권력실세 '쌈짓돈 창구'된 은행<br>민영화 과정서 인사 개입 통해 입김 세져<br>대출 방화벽 가동 불구 완벽 차단 힘들어<br>"정부 보유지분 축소 등 필요하다" 지적

지난해 8월 김석동(왼쪽 세번째)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회사 회장들과 간담회를 갖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우리 금융산업은 여전히 정치권력에 휘둘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경제DB


현 정부는 금융정책의 기조를 '금융선진화'로 잡았다. 과거의 개발금융을 거쳐 '은행 민영화, 자본시장 개방, 금융 구조조정' 등을 거친 만큼 이제는 금융의 내실을 더 강화하자는 데 초점을 뒀다. 금융규제를 완화하거나 미소금융을 출범시켜 금융이 국민의 품에 좀 더 다가서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터지는 권력과 유착된 금융비리는 정부 정책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 역시 금융비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이 "금융 선진화는 여전히 요원한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받고 있는 형국이다.

◇아직도 완벽하지 못한 기업대출 방화벽=금융계는 권력과 유착된 부당대출이 일반화돼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미 상당 수준의 방화벽을 쳐 놨다는 것이다. 실제 A시중은행의 사례만 봐도 기업대출은 엄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A시중은행에서 기업이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모두 6단계를 거쳐야 한다. 기업금융을 신청하면 대출검토 및 진행 여부 결정은 여러 부서를 거쳐 이뤄진다. 그 뒤에는 외부전문기관 등의 평가도 병행하면서 사업분석 절차를 거치고 이후 '대출승인 신청→약정체결→대출실행 및 사후관리'의 절차를 밟는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신용등급, 업종, 대출 규모, 거래지점의 상황 등에 맞춰 세분화해놨기 때문에 전결 금액만 보더라도 수백가지의 모델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단순화하자면 신용등급 A+~AA등급인 우량회사의 대출에 대해 심사역이 전결할 수 있는 금액은 30억원으로 제한했다. 70억원까지는 심사역협의회에서 거쳐 대출이 이뤄지고 70억~300억원은 부장역협의회를 거쳐야 한다. 300억원이 넘을 경우에는 여신심사위원회가 결정한다. A시중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결권에 대해서도 이처럼 철저하게 권한을 분산시키고 있어 부당대출이나 불법대출은 원천에서 차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정작 현장에서는 기업 대출의 방화벽이 완벽하게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은행이 비슷한 조건을 가지고 운용을 하고 있지만 은행 상황에 따라서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윗선의 압력이 통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관치금융을 넘어서는 정치금융=무엇보다도 관치를 넘는 '정치금융'의 색깔이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저축은행처럼 작은 규모의 대출은 정치권력에 많이 노출돼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은행 역시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만은 않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관치금융이 많이 약해졌지만 더 크게 다가서는 게 바로 정치금융"이라면서 "과거 관치금융이 정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간혹 나타나는 정치금융은 외환위기 이후 민영화 등의 과정에서 인사개입 등을 통해 많이 침범한 셈"이라고 말했다. 권력의 실세가 민영화 과정에서 금융계 수장을 안면이 있는 사람을 앉히면서 정치금융의 색이 짙어졌다는 얘기다.

물론 정부는 1961년에 제정한 '금융기관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통해 관치금융을 활용했다. 금리결정ㆍ신용배분ㆍ예산ㆍ인사ㆍ조직 등 금융기관의 운영이 정부에 예속돼 금융은 성장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적 도구로만 이용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금융기관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폐지하고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관치금융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력의 입장을 반영하는 로비나 민원의 창구로 전락하기도 했다.



◇부정대출 반복…정부지분 보유 해소가 해답?=문제는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에서 부정대출의 가능성이 자꾸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전신인 한빛은행도 대출비리로 청문회까지 열었다. 압수수색도 당했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비리가 있었다는 정황을 수사기관이 입수한 뒤 단행한 조치다. 자회사인 경남은행도 권력실세가 부당대출 압박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기에다 우리은행은 이번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사건에는 연루돼 있다.

금융계는 우리금융이 정부가 대주주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방화벽을 치고 시스템을 갖췄어도 아무래도 정치권력의 입김에 약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이유에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여타 시중은행과는 달리 유독 우리금융의 경우 정치권력과 유착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많았다"면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꼴 일수도 있지만 정부 보유지분의 해소가 필요한 시점일 듯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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