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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상품에 쌈짓돈이 몰리고 있다. 저금리가 길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떠도는 자금이 늘고 있지만 위험은 낮추면서 수익률은 높인 상품에는 투자자금이 밀물처럼 들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저금리 시대라도 위험은 낮추고 수익은 높인 상품에는 투자자들이 몰리기 마련"이라면서 "불황에 놓인 증권 업계가 이 같은 투자 트렌드를 읽고 위기 타개책의 하나로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005940)이 지난 19일부터 판매한 '뉴 하모니 페스티발' 특판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에 총 1,000억원의 청약금액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상품이 출시된 지 불과 열흘 만으로 그동안 이 회사가 내놓은 비슷한 상품 가운데 가장 빠른 판매속도다. 우리투자증권의 관계자는 "ELS 상품의 경우 녹인 구간이 낮아지면 금리 조건이 안 좋거나, 금리가 높으면 녹인 구간이 올라가는 형태가 일반적인데 이번 상품은 이런 틀을 깼다"면서 "위험은 줄고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아져 고객들이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피200지수의 상승률에 따라 수익을 지급하고 원금의 103%를 보장하는 ELB 상품,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와 유로스톡스50을 기초자산하고 원금손실조건이 50%로 낮으면서 연 9.0%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ELS 상품이 대표적이다. 중국교통은행에 신용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연 3.65%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DLS에도 고객들의 많은 관심과 자금이 쏠렸다.
현대증권(003450)이 지난해 5월부터 업계 최초로 소매판매한 전기단기사채 누적 판매금액도 1조원을 돌파했다.
전단채는 만기 1년 미만 단기자금을 종이가 아닌 전자방식으로 발행·유통하는 금융상품이다. 기존 기업어음(CP)과 달리 1억원 이상이면 매매가 가능해 소액투자도 가능하다. 특히 정기예금 금리가 연 2% 대인 저금리 시대에 연 3~4%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면서 고객을 끌어모았다. 반면 발행시 발생되는 도난, 분실, 위·변조 등 위험은 없애 안정성을 강화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구조의 전단채 중 우량 건설사,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증권사 등이 신용을 보강해주는 전단채, 중국 신용부도스와프(CDS) 전단채 등 상품 구성도 다양화했다. 이창용 현대증권 FICC 영업본부장은 "'전단채의 수익성 및 안정성, 다양한 구조와 짧은 만기 등의 장점이 어려운 시장환경 속에서 자산유치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관계자는 "최근 증권 업계가 불황이라고 하지만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 자금을 끌어들일 방법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중위험, 고수익을 찾는 투자자에게 맞는 상품을 개발해 내놓은 것은 현 위기를 탈출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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