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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와 건축물안전

인류역사상 9ㆍ11 테러처럼 처참하게 자살과 타살을 동시에 저지른 사건은 없었다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 불황을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쓰던 때에 이런 참혹한 사건이 터져 거대한 미국경제는 거의 모든 분야에 극심한 타격을 받게 됐고 그 충격이 전세계에 파급되고 있음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이다. 각종 산업 중 특히 많은 충격을 받은 분야는 항공산업과 건설업이다. 미국 6대 항공사인 USAIR가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끝내 파산신청을 했고 다른 회사들도 예외 없이 언제 문을 닫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이다. 건설업 역시 지난해 9월11일부터 모든 투자가 동결됐고 그 불경기는 미국 동부에서부터 파급, 불과 몇개월 안에 전역에 확산돼 완전히 불황상태에 들어가 오늘에 이르렀다. 자본주의 미국의 풍요와 힘의 상징이었던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힘없이 무너지는 뉴스를 보는 사람들 중 사실이 아니고 공상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 파괴행위가 자행됐다. 또 아무리 많은 연료를 적재한 여객기가 부딪쳤더라도 그렇게도 쉽게 무너진 쌍둥이타워의 건축구조에 설계지침상 어떤 결함이 있지 않았을까에 대한 검토연구와 앞으로 건축설계 법규를 어떻게 시정해야 할 것이냐에 대한 연구와 논란이 계속 진행 중이다. 세계 건축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초고층 건물이라면 거기서 멀지 않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들 수 있다. 지난 30년대에 건축된 이 빌딩은 여러 면에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건물과 비교된다. 우선 외모부터가 하나는 무겁게 보이는 웅장한 고전풍을 지니고 다른 하나는 가볍고 단순한 현대감각을 느끼게 한다. 60년대에 당시 세계 최대 자산가이던 록펠러가 뉴욕 시청과 협의해 미국을 상징할 가장 획기적인 건물을 계획했고 그 설계를 공개경쟁에서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당시에는 시카고의 '미이스', 하버드의 '그로피우스', MIT의 '패이'와 노장 '이트' 등 건축사의 흐름을 주도하던 거장들이 있었으나 시애틀의 야마사키가 당선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는 기존의 고층건물 특히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같은 형태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는 철골철근 콘크리트를 같이 사용한 복합구조물로서 무겁고 견고한 반면 기둥과 벽이 밑층으로 내려갈値?커져 경제성도 없고 엄청난 대지를 사용할 뿐 아니라 그 모양 또한 중후한 고전풍을 지닌 것에 비해 세계무역센터 빌딩은 앙상한 뼈대만으로 구성된 순수 철골구조를 선택했다. 철골기둥과 바닥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텅빈 공간이 각 층마다 연결돼 있어 외부의 비행기나 폭탄과 같은 충격이 가해지면 철골기둥이 그대로 파괴되고 몇개의 기둥만 파괴되면 건물전체가 넘어질 위험성을 처음부터 내포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순수철골로 단순 초고층건물을 설계했기 때문에 무거운 철골철근 콘크리트 구조와는 달리 풍압에 의한 진동의 폭이 큰 것도 문제가 됐다. 이는 시카고의 시어즈타워도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 계단이 차지하는 공간을 한 곳에만 설치했고 화제에 대비한 내부 재료를 적절히 선택하지 않아 벽 재료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려와 계단 통로를 막아버린 점도 큰 문제였다. 그리고 각종 소방설비를 이와 같은 위기상황에 대비해 충분히 설계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됐다. 각층의 바닥지지 재료로 경량철골부재를 이용한 조이스트를 사용한 것 역시 온건물의 바닥이 한꺼번에 내려앉은 치명적인 원인이 됐다. 또 한편에서는 뉴욕시의 건축법규를 재검토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런 사고는 법규상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지침상의 문제이고 건축주와 건축가가 결정한 문제라는 데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즉 어떤 구조를 얼마나 견고하게 설계하더라도 이와 같은 테러나 범죄행위에 대처해 건물구조를 설계한다는 것은 끝이 없는 일이고 기존의 법규를 고치는 것보다 테러 자체를 방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이번 기회에 재난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전반적인 연구의 일환으로 지진 및 풍압에 대한 더 상세하고 포괄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이는 곧 법규화될 예정이며 미국정부의 예산으로 전국의 건물에 내진 보강공사를 진?중이다. 우리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에 대비해 미리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선견지명을 갖고 미리 재난을 방지하는 것보다 더 현명한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건축가들의 구조역학적 인식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히 요망되는 시기이다. /정석화(美시세로스틸 사장ㆍ솔트레이크대 객원교수)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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