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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포인트 안착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시작되었던 11월 주식시장이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인해 지난 8월 이후 처음으로 코스피지수가 1,800 포인트 아래로 주저 앉는 등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발 신용경색 재발과 중국 정부의 추가 긴축에 대한 우려, 그리고 외국인 매도 지속과 기관 매수 축소에서 기인하는 단기 수급 악화를 급락의 주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사실 미국발 신용경색은 새로운 이벤트가 아니다. 이미 지난 3월과 7월에 글로벌 주식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번의 학습효과를 통해 어느 정도 충격이 걸러졌다고도 볼 수 있는 이슈다. 그런데 이달들어 보여지는 미국 신용경색은 지난 7월에 있었던 신용경색 보다 아직까지 주가 하락 강도는 약하지만, 글로벌 주식시장 전반에 미치는 심리적 충격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 보인다. 신용경색 충격이 확대된 데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미국 금융 기관들의 대규모 손실이 확인되면서 추가적 대규모 부실에 대한 새로운 불확실성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추가 긴축에 대한 우려와 그에 따른 중국 증시 약세는 미국발 신용경색에서 떨고 있던 국내 증시가 또하나의 버팀목을 상실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 7월중 국내 증시가 신용경색 충격을 조기에 흡수해 낼 수 있었던 배후에는 중국 증시의 초강세가 자리하고 있었다. 중국정부는 11월 초 재할인율을 인상한 이후 추가적인 금리인상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추가적인 금리인상과 환율 절상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버블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중국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신흥시장 전반에 대한 자산가격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외국인 매도 역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외국인은 지난해 10조원 넘게 주식을 팔았고, 올들어서도 거의 매월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매도강도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고, 외국인 매도를 받아 내던 국내 기관들의 매수 강도가 11월중 크게 약화된 데 있다. 신용경색과 추가긴축이라는 외환(外患)이 발생한 가운데 국내 기관들의 매수 강도 약화는 치명적이었고 이는 주가지수의 급락으로 연결됐다. 그렇다면 이제 희망이 없는 것인가? 지난 2003년 이후 시작된 주식시장의 장기 상승사이클이 마침표를 찍은 것일까. 주가란 원래 기업의 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한 것이다. 따라서 주가는 해당 기업의 펀더멘탈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 현상일 뿐 단기적으로는 심리와 수급에 의한 왜곡이 나타나며 그 왜곡에 의해 주가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아직까지 국내 경제와 기업실적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징후는 없다. 건전성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수급의 근간이랄 수 있는 주식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도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크게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심리적 충격을 벗어나기 위한 촉매제 인데 이는 다음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에서의 금리인하가 될 것이다. 주가 하락으로 대부분의 주식들의 매력이 되살아 나고 있다. 반등의 분위기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현상에서 비롯된 매도 보다는 본질을 바라보고 매수해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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