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마녀의 날(주가지수 선물·옵션, 개별 주식 선물·옵션, 섹터지수 선물 동시 만기일)'인 11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로 급락했다.
이날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내다판 것은 만기일에 따른 영향이라기보다 중국 증시 하락, 그리스 정치 불안, 저유가 등 글로벌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 증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1.49%(28.97포인트) 하락한 1,916.59포인트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지난 8일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70.13포인트나 빠졌다. 코스피가 1,910선으로 주저앉은 것은 10월21일 이후 50여일 만에 처음이다.
이날 코스피지수 하락을 이끈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전날 1,295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7,022억원을 내다팔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도 2,430억원 순매도하는 등 선·현물 가릴 것 없이 한국 시장을 내다 팔았다. 실제 시장의 방향성에 베팅하는 바스켓 매매 성격이 강한 비차익거래의 경우 외국인이 5,170억원을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코스피 하락에 대해 만기일 프로그램매매에 따른 영향보다는 해외 악재의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만기일 프로그램 매매가 작용하는 차익거래에서는 외국인의 순매도 물량이 300억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시장의 방향성에 따라 베팅하는 비차익거래에서는 5,00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며 "해외 투자가들이 한국시장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증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외국인의 투자 방향성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은 3일 이후 5거래일 연속 비차익거래 순매수를 이어왔지만 10일 1,453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했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날 코스피가 급락했지만 옵션 만기로 대규모 매물이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대외 악재로 인해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 전반에 대해 안 좋게 보고 있는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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