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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그룹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권오갑(사진) 현대중공업 사장 겸 그룹기획실장이 본격적인 경영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현대오일뱅크 시절 함께한 최측근들을 '경영분석 태스크포스(TF)팀'으로 전진 배치하고 본격적인 경영진단을 시작했다. 평소 재계에서 덕장(德將)으로 통하는 권 사장이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회사 안팎 전언이다. 권 사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재무 부문 부문장을 맡고 있던 조영철 전무를 그룹 기획실 산하 경영분석 TF팀장으로 임명하는 한편 역시 오일뱅크 출신인 금석호 상무와 송명준 상무를 TF팀 임원으로 임명했다고 18일 밝혔다. 권 사장이 취임한 지 나흘 만에 그룹 경영 전반을 샅샅이 훑는 컨트롤타워가 발족한 것이다. 권 사장과 TF팀은 당분간 울산조선소에서 머물며 회사 운영 전반을 점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권 사장과 그가 직접 꾸린 TF팀과의 각별한 인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출신인 조 전무는 서울사무소 재무 파트에서 잔뼈가 굵은 '재무통'으로 권 사장이 서울사무소로 복귀한 지난 1998년부터 각별한 신임을 받아왔다. 현대그룹 출신인 금 상무는 현대그룹 문화실이 해체된 2000년 탁월한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새로 꾸며진 현대중공업 홍보실로 적을 옮겼으며 이후 14년간 권 사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왔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권 사장이 현대중공업에서 오일뱅크로 옮겨가면서 함께 옮겨갔던 팀을 그대로 다시 원대복귀시킨 셈"이라며 "오일뱅크에서 이미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측근 중심의 인사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TF팀이 본격 발족됐지만 권 사장의 앞길은 험난하다. 당장 20년 만의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7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전체 175명 중 153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쟁의결의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노조는 오는 23~26일 전체 조합원 1만8,000명을 대상으로 파업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더구나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일부 구조조정을 실시할 경우 노사 갈등이 더욱 커질 우려도 있다. 그는 16일 사내소식지에 낸 취임사를 통해 "무사안일과 상황논리만으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경영 쇄신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2·4분기 1조1,073억원에 이른 영업손실을 만회하는 방안을 짜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해운업계 침체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 부실이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저가 수주의 결과여서 이를 단기간에 회복하기 쉽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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