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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협회 회장단 24일 경쟁사 공장 상호방문
입력1997-03-17 00:00:00
수정
1997.03.17 00:00:00
정승량 기자
◎「공존모색」 변화바람 과연 불까/과잉 생산·과당 내수경쟁 등 풀어야 할 「숙제」 산적/업계선 “파격적이지만 순수한 모임 그칠것” 점쳐정몽규 현대자동차회장이 한국자동차공업협회회장을 맡은 뒤 자동차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경쟁위주에서 조화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런 추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협력이 「공존」을 모색하는 단계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더욱 불투명하다. 오는 24일 이루어질 국내 자동차업계 사상 최초의 최고경영진 상호방문을 계기로 그 의미와 앞으로 「협력을 통한 공존」을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를 살펴본다.<편집자주>
오는 24일은 자동차업계에 있어 「축제의 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회장단의 경쟁사 상호방문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달 28일 1차 시도가 예기치 못한 폭우로 연기된 이 행사는 당초 협회회장단만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정회장을 비롯 기아 한승준 부회장, 대우 김태구 회장, 현대정공 유기철 부회장, 아시아 김영석 사장, 쌍용 이종규 사장, 정덕영 협회 상근부회장 등이 당초의 멤버. 그런데 이날 행사에는 회장단이 아닌 쌍용그룹의 김석준 회장을 비롯 박병재 현대사장, 양재신 대우사장, 박정인 현대정공사장이 동참하기로 최종 결정됐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이처럼 함께 움직이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파격적이다』는 협회관계자의 설명은 이런 모임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적절한 표현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은 현대 전주공장대우 군산공장현대 아산공장기아 아산만공장을 차례로 둘러볼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른 업체를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최고경영자들의 의지에다 상호 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은 상오 10시30분 서울 잠실헬기장을 출발해 헬기를 이용, 각사 공장을 둘러본 뒤 서울에서 간단한 저녁식사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번 회동은 회원사 공장방문을 통해 타사의 장점을 배우고 우의를 다지자는 목적에서 이뤄진 것일 뿐 항간에 거론되고 있는 과잉생산이나 과당경쟁 협의 등은 논의사항이 아니다』며 『순수하게 봐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공조로 풀어야 할 숙제들◁
◇내수시장 과당경쟁지난 2년동안 판매부진에 따라 장기무이자 할부라는 극약처방을 경쟁적으로 써왔다. 연초에 각사 최고경영자들은 『더이상 무이자할부는 없다』고 공언했지만 결과는 항상 공언. 「무이자할부=제살깎기 경쟁」이란 등식에서 알 수 있듯 이런 행위는 서로 손해보는 것. 2년연속 무이자할부로 업계는 최소한 3천억원 이상의 기회손실을 본 것으로 지적될 정도다.
그러면서도 매년 되풀이되는데 대해 업계는 『남이 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 최고경영자들이 풀어야할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해외시장 중복진출=『해외진출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최소한 다른 업체가 기회선점한 곳에서 과당경쟁을 자제돼야 한다. 국가경제에 해를 끼지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김태구 대우자동차회장) 실제로 국내업체들은 해외진출 지역에서 거의 경쟁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러시아, 중국, 인도, 폴란드, 베트남, 터키 등 왠만한 지역에서는 2∼3개 업체가 진출, 국내업체끼리 경쟁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품의 공유=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상호 부품공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완성차업계가 부품산업을 「통제」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내 구조에서 부품의 공유는 걸음마단계다. 정부가 나서서 이를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과는 미미한 단계. 외국업체들의 경우 개발 및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플랫폼공유라는 전략적 제휴가 일반화되고 있지만 국내업체들은 가장 기본적인 부품공유에서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소싱의 협력=해외진출이 늘어나면서 외국에서 부품조달 문제가 현안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현지공장 건설이 본격화, 부품업체 동반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미 해외진출이 확정된 부품업체들은 1백여개에 달하고 있다. 그렇지만 완성차 업체별로 부품업체들이 진출하면서 같은 지역에서 부품업체들도 경쟁해야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처럼 자국업체 간에 해외에서 부품을 공유하고, 궁극적으로 다른 나라 업체를 견제하는 차원높은 협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한편 자동차업계에서는 업계 리딩컴퍼니인 현대의 정몽규 회장이 협회장을 맡으면서 의지만 있다면 공존을 모색하고, 서로 잘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협회의 새로운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박원배 정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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