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이 6조원대 후반에 그치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가운데 각 사업부문은 하반기 이후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회사 실적이 지난해 3·4분기 바닥을 친 후 완만히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칫 분기별 영업이익 7조원대의 벽에서 앞으로 실적이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탓이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를 반영, 정신 재무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은 이날 공동대표 명의의 CEO 메시지를 통해 "위기의식과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자"며 "수익성 확보에 주력해 경영목표를 달성하자. (이를 위해) 주력사업과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사업 모두에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하고 하반기에 선보일 신제품 출시를 철저히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갤럭시S6 부진에 반도체 가격도 하락=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이 7조원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갤럭시S6의 부진이 꼽힌다. 애플이 지난해 말 내놓은 아이폰6의 인기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지며 소비층을 상당수 흡수한데다 갤럭시S6 엣지의 수요 예측에 실패해 제때 물량을 대지 못한 탓이다. 당초 삼성은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의 판매량 비중을 8대2 정도로 봤으나 실제로는 5대5 정도로 비슷했다. 이에 따라 갤럭시S6의 올해 판매량은 당초 5,000만대보다 500만대가량 적은 4,500만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것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낸 주요 원인이 됐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2·4분기 중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약 8%가량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3조원을 넘었지만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었다.
◇스마트폰 삼성페이로 반격=IM(IT·모바일)부문은 먼저 스마트폰 모델을 다양화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 시리즈(매년 3월 출시)'와 '갤럭시노트 시리즈(매년 9월 출시)' 사이에 일명 '갤럭시S6 엣지 플러스'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다음달 공개되는 이 제품은 기존 갤럭시S6보다 화면크기를 키워 대화면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할 예정이다. 아이폰6플러스에 대한 대응책이다. 삼성은 미국 특허청에 상표명 출원을 마무리하는 등 출시 작업을 마무리했다. 9월에는 비장의 무기인 '삼성페이' 서비스가 시작된다. 삼성페이는 신용카드를 스마트폰 안에 심어 간편 결제를 돕는 서비스다. 별도 결제 단말기가 필요한 '애플페이'와 달리 기존 매장에 비치된 마그네틱 카드 단말기에도 바로 사용할 수 있어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삼성은 9월 갤럭시노트5 출시와 더불어 삼성페이를 공개해 바람을 불러일으킬 계획이다. 전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IM 영업이익이 3조대를 찍어줘야 전사 실적이 반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실적 상승세 지속=반도체 부문은 2·4분기 3조2,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으로 전 분기 2조원대 벽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삼성의 부품 사업이 전사 실적의 방파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시리즈의 스마트 기기 탑재를 늘리고 있어 이를 담당한 시스템LSI(비메모리) 사업부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사물인터넷(IoT)·클라우드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이에 필요한 서버·연산용 반도체 수요가 느는 것도 호재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완제품에 한계를 느끼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외부 공급 확대를 추진하면서 DS부문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초고화질 TV로 흑자 확대=소비자가전(CE) 부문은 초고화질 프리미엄 TV를 앞세워 흑자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 1·4분기 1,400억원대 적자를 낸 데 이어 2·4분기에는 간신히 흑자로 돌아섰지만 규모는 크지 않았다. 더구나 2·4분기가 에어컨·냉장고 등 생활가전의 성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성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삼성은 이에 따라 TV를 중심으로 흑자폭을 키울 계획이다. 삼성은 2일 SUHD TV의 가격을 크게 낮춰 소비자들이 느끼는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기존 삼성전자 SUHD TV의 가격은 최저 549만원(55인치 기준)으로 700만원대를 넘기는 제품이 많았으나 200만원대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50인치 모델도 새롭게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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