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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꽁꽁체임사태실업급증 지방공단 “우울한 한가위”
입력1997-09-05 00:00:00
수정
1997.09.05 00:00:00
◎월 수십개업체씩 휴폐업/일감없어 발동동… “퇴직금도 못받나” 불안감/본지, 전국주요공단 현지르포추석을 앞둔 전국 전국공단에 찬바람만 스산하다. 월급도 못 받는 차에 보너스는 아예 엄두도 낼 수 없다. 어느날 공장에 나가보면 기계가 뜯겨나간 상황이라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살얼음판이다. 퇴직금우선변제가 헌법불일치라는 결정이 내려진 후 퇴직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도 불안하다. 그럴 바에야 미리 사표를 쓰는게 낫지않을까 하고 조바심치는 근로자들이 늘어난다. 고용, 임금, 자금 등 삼각 시름에 빠져 있는 전국공단을 취재한다.【편집자주】
생산현장에 무겁게 드리워진 먹구름은 대기업의 잇단 부도여파가 주원인이다. 판매부진·재고누적·판매대금회수 불능의 악순환이 기업의 자금난으로 이어지고 금융권의 어음할인 거부는 중소업체들의 돈줄을 막아 도산과 휴·폐업으로 몰아가고 있다.
대구지방노동청에 신고된 대구·경북지역의 30인 이상 휴·폐업 사업장은 올들어 모두 70개 업체에 달하고 있다. 이중 22개 업체가 7월 한달동안 발생했다. 전달의 5개 업체에 비해 무려 4배가 증가했다.대부분이 그동안 대구지역경제를 주도해왔던 섬유제조업체다. 대구 성서공당의 직물제조업체인 부산방직 이훈상무는 『요즘은 판매보다 돈을 떼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며 『부도 노이로제 속의 하루하루』라고 하소연했다.
부산·경남지역도 한보철강, 대동조선을 비롯 향토기업인 화인건설·남성종합건설·로얄종합건설·국제종합토건 등 지역건설업체의 연쇄부도로 폐업 업체수가 급증, 월평균 80여 업체가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전남지역은 아시아자동차의 부도여파로 1차 협력업체 78개사 중 이미 동진철강과 일진산업 등 6개사가 부도를 낸 상태며 대부분의 업체도 부도 위기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5백60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하남공단에는 현재 4백87개사가 가동중이고 33개사는 휴·폐업했다. 그나마 가동중인 업체들도 판매부진, 재고누적에 따라 조업단축에 들어간 상태다. 때문에 추석 연휴로 1주일을 쉬는 업체가 대다수다.
특히 아시아자동차의 60여 협력업체는 급여를 줄 수 없는 형편이라 추석 상여금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부산: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최영규 기자>
이같이 휴·폐업 업체의 속출은 체불임금의 급증으로 이어져 7월말 현재 미청산 체불임금은 전국 1천2백41개 사업장에서 5만6천7백75명의 근로자분 1천9백43억5백만원으로 2천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휴·폐업 사업장이 급증하면서 실업자도 양산, 부산지역은 실업률이 무려 4.2%로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으며 대구·경북지역도 3.8%로 전국 평균 2.5%를 크게 웃돌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퇴직금 최우선변제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난 후 일부 사양업종과 부도위기 등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 영세사업장을 중심으로 회사가 망하기 전에 퇴직금이라도 건져야 한다며 근로자들이 회사를 떠나는 기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퇴직금을 담보로 운영자금을 대출해주었던 은행들은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에게 퇴직하지 않는다는 보증서를 요구, 중소업체들의 발목을 더욱 죄고 있다.
『어느날 일터로 나가보니 공장에 있던 장비들이 뜯겨나가 버렸습니다. 사업주는 종적을 감췄으니 어떻게 해야 그동안 일한 대가를 받을 수 있습니까.』
각 지방노동청 민원실에는 졸지에 직장을 잃었거나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한숨만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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