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Inner View] 정부서 '농기계 임대'로 시장 큰타격 우려 내달부터 시범사업…매매 위축 불가피"메이저 5개사중 1~2곳은 문닫을수도"원자재값 급등 악재까지 겹쳐 내우외환 이연선 기자 bluedash@sed.co.kr 농기계 업계가 쑤셔놓은 벌집처럼 소란스럽다. 새 정부가 농기계 임대사업(시범사업)을 다음달부터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농기계 산업의 존폐를 우려할 정도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농기계 임대사업은 농가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놓았던 정책. 농기계 구입에 따른 농가부채를 농협이 떠안는 대신, 기계 소유권을 농협이 가져와, 농민이 필요할 때마다 빌려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농기계 임대사업을 전면 도입할 경우, 매매시장보다 임대시장의 비중이 급속히 높아지면서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고 국내 농기계 산업 기반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기계 임대사업 ‘직격탄’ 맞나 = 새 정부가 농기계 임대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업계는 벌써부터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농기계 임대사업에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기종이 포함될 경우 농기계 매매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동공업 관계자는 “정부의 임대사업 추진방침이 나온 후 농번기가 돌아오고 있는데도 구매가 주춤거리며 연기되는 상황”이라며 “임대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농기계 회사는 죽을 수 밖에 없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는 정부가 임대사업 추진의 근거로 농가부채의 주요요인을 농기계로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최낙우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기계화사업팀장은 “지난해 농기계 융자판매는 총 8,000억원으로 1조원이나 되는 농약이나 비료보다도 적어서 ‘부채의 주범’이라고 할 수 없다”라며 “또 일반 제조업과 비교했을 때 농기계는 농업부문의 설비투자에 해당하는 것인데, 소모품인 농약과 단순비교 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농기계 임대사업이 전면 도입되면 대동공업, 국제종합기계, 동양물산기업, LS전선, 아세아종합기계 등 메이저 5개사 중 1~2곳은 문을 닫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제종합기계 관계자는 “정부 주도하에 농협이 농기계를 일괄 공급하는 체계가 되면 5개 업체가 전국에 둔 1,000개 대리점은 판매 없이 수리만 해야 한다”며 “3년 뒤면 업체 1~2곳이 문을 닫고, 마치 대만처럼 빈 자리를 일본의 비싼 농기계가 채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때문에 농기계 임대사업이 도입되더라도 사용횟수가 적고, 고장률이 낮아 빌려서 이용할 수 있는 기종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팀장은 “고가인 무인헬기나 사용시간에 쫓기지 않는 논두렁조성기 등이 임대사업용으로 적당하다”고 말했다. ◇원자재가, 환율 등 대외악재로 ‘내우외환’ = 새로 추진되는 임대사업 말고도 농기계 업계를 압박하는 요인은 많다. 가장 심각한 것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원자재값. 최근 주물생산업체들이 납품 가를 올려달라며 자동차업계를 상대로 실력행사에 나서기도 했지만, 농기계는 자동차보다도 주물과 철판 사용비중이 더 높다. 반면 농기계 값은 정부의 가격통제로 1, 4, 7, 10월에 4차례만 올릴 수 있고, 그나마 한꺼번에 5% 이상 인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가는 돈(원자재값)은 15~20%씩 껑충 뛰는데, 받는 돈(농기계 값)은 5%대에 묶여있으니 경영압박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 해외시장에서 한국산 농기계는 일본이나 미국업체와 아직 대등하게 경쟁하기 벅찬 수준이다. 오히려 일본 농기계 1위 업체에 이어 2위 업체인 얀마가 국내 시장에 뛰어드는 등 해외업체도 국내시장에 속속 파고드는 상황이다. 정부가 국내시장을 임대사업으로 묶어놓고, 해외시장에 활로를 찾으라고 제시한 것에 대해 업계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농기계 수출실적을 보면, 트랙터는 1억9,225만 달러(1만9,151대)로 전년 대비 4.5% 늘어났지만, 콤바인과 이앙기는 각각 2006년의 53.4%, 88.8%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출단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는 있다고 하지만, 농기계 업계의 가장 큰 수출국인 미국의 경기가 어려운 상태라 해외시장에서 큰 이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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