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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위기가 결국 현실로 다가올 것인가.
여름 전력 피크의 문턱에서 원자력발전소 3기가 위조 부품 파동으로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문제가 된 신고리 1ㆍ2호기, 신월성 1ㆍ2호기의 핵심 부품 '제어케이블'은 교체하는 데만 최소 4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당국은 300만kW(신고리 1ㆍ2호기, 신월성 1호기)의 전력을 잃어버린 채 여름 전력 상황실을 운영해야 한다.
지난 여름 수요관리를 총동원해도 예비전력이 200만kW대로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블랙아웃을 피할 수 없는 국가 비상상황이다. 전국 원전 23기 중 멈춰선 원전이 10기에 달한다.
◇6월 초, 8월 중순 전력 수급 최대 고비 올 듯=원자력안전위원회는 28일 현재 가동 중인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가동을 중단하고 정비 중인 신고리 1호기의 정비기간을 연장했다. 이들 원전은 모두 100만kW급. 총 300만kW의 전력이 없어진 셈이다.
당초 신고리 2호기는 이달 31일부터 7월22일까지, 신월성 1호기는 6월12일부터 8월3일까지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전력당국이 8월 최대 전력 고비가 오기 전에 이들 원전을 정비하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위조 부품 사태로 이들 원전은 당장 이날부터 가동 중단됐다. 정비에는 4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달 11일에 끝나기로 했던 신고리 1호기의 정비기간도 기약 없이 연장됐다.
이에 따라 정부의 당초 계획과 전력 공급능력이 달라지는 5월 말~6월 초, 8월이 전력 수급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한반도를 휩쓸었던 무더위가 다음주께 다시 찾아올 경우 당장 초여름부터 블랙아웃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기적인 공급 확충 방안은 '0'…절전이 유일한 대안=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단기적으로 공급 능력을 대폭 보완할 수단이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 입장에서도 '절전'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계 최대 피크 기간(8월 둘째 주) 우리 전력 사정은 공급능력 7,708만kW에 최대 수요 7,727만kW로 19만kW가 모자란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 정부가 전방위적인 수요관리 대책을 실시하면서 예비전력은 간신히 279만kW가 유지됐다. 이는 전력 경보 '주의' 단계다.
올해는 이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해진다. 원전을 3기나 잃어버렸는데 최대 수요는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이미 무더운 여름을 예고했고 전국적으로 에어컨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산업부는 예비전력이 마이너스 200만kW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빛 3호기 재가동…산업계 출혈 감수=정부는 이에 따라 정비 중인 원전을 이른 시일 안에 재가동하는 데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난해 11월부터 멈춰 서 있는 한빛(영광) 원전 3호기를 다음달에 재가동할 수 있느냐가 여름 전력 수급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원안위는 한빛 3호기의 재가동 여부를 다음달 중순 결정할 예정인데 지역에서는 재가동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 가동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산업부는 이와 함께 기업체를 중심으로 휴가분산ㆍ조업조정 등을 강력히 시행하고 에너지 과소비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계의 출혈 감수는 불가피해보인다. 5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력을 감축하지 않는 이상 여름 전력 수급 관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수요 관리에 나설 경우 올해 책정해놓은 전력부하관리지원금 2,500억원도 여름이 지나면 동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전력부하관리지원금을 4,000억원 넘게 썼다. 한 차관은 "고통분담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31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고강도의 하계 전력 수급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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