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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제 도입(논쟁)
입력1997-01-30 00:00:00
수정
1997.01.30 00:00:00
조한천 기자
연봉제가 재계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그룹차원에서 두산이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을 대상으로 첫 도입한 이후 제한적인 분야에서 확산돼온 연봉제는 최근들어 전임직원 대상의 전면적인 연봉제(효성), 사장연봉제(코오롱)를 비롯 신입사원연봉제등 다양한 형태에 시행기업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능력에 따른 대우는 생산성향상을 통해 무한경쟁시대에 효과적인 대응책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쪽에서는 『노동강도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제한적 도입내지 반대를 하고 있다. 연봉제에 대한 찬반입장을 들어본다.<편집자주>◎기업경쟁력 향상위해 불가피/임금체계낙후 개인능력·경제활력 사장/연공 절충 한국형엔 한계,전면 실시를/시간외수당 미지급등 관련법률 정비도 시급
정보화, 자유화, 세계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격변의 시대에 한국이 세계경제속에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국가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무한경쟁, 열린세계에서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사람의 능력이며 기업이 경쟁력이다. 자발적으로 일하는 조직인 기업의 경쟁력 역시 기업구성원 하나하나의 일에 대한 열정과 시장에서 승리하려는 의지에 달려있다. 이러한 열정과 의지는 사람 누구에게나 다 있다. 그러나 모든 조직이 「일을 피하지 않는 의욕」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패기」를 키워주는 조직문화와 보상제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한국기업에서 지금 연봉제 채택에 관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생명의 불꽃과 같은 경제활력이 자꾸만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식과 정보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일 수록 일을 피하고 도전을 두려워하고 있다. 밖으로부터 밀려오는 경쟁압력은 더 높아지는데 맞서 싸워나가야할, 또 그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 능력발휘를 게을리하고 있다.
경제활동에는 공짜점심이 없다. 누구나가 제몫을 해야 한다.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열정과 의지를 살려내는 보상체계를 갖추어 이제 경제활력에 불을 지펴야 한다. 미국에서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체계가 무너지면서 미국의 자동차산업이 일본기업의 도전을 받고 붕괴된 적이 있었다. 개성을 추구하는 제품의 개별화와 차별화에 뒤진 것이다. 80년대 후반 플라자합의에 따른 엔고의 직격탄을 맞고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정신」으로 전회사원이 뛰는 일본기업에 밀린 것이다. 이때 미국의회의 요청으로 리하이대학의 아이아코카연구소가 미국 산업의 세계경쟁력 회복에 관해 「21세기 제조기업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우리나라에도 「가상조직」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그 핵심은 기회에 따라 임기응변적으로 변할 수 있는 가장 유연한 조직을 만들어 한 회사로서는 불가능한 기회에 까지도 도전할 수 있고 최저의 비용으로 최고 수준의 능력을 한데 결합할 수 있도록 기업운영 방식을 바꾸라는 것이다. 중소기업도 가상조직을 구성해 대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고 군살이 없게 더 많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21세기 기업이 되려면 대량생산 시대의 제품중심관리가 아니라 기술과 고객중심의 관리로 경영방침을 바꾸라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종업원을 회사내 집단적 고용의 부분으로 보지 말고 능력과 열의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거래계약을 할 수 있는 고용계약관계의 내부고객으로 보라는 의미이다.
이제는 근무연한과 직급만으로 보수를 결정하는 연공급제를 없애야 한다. 입사초기의 학력과 근속연수가 동료집단을 만들어 어려운 일을 해내고 남다른 성과를 내도 평생을 함께 가게 만드는 집단주의 임금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연봉제는 나이와 학벌을 중시하는 「연공주의」에 성과를 낸사람을 섭섭하지 않게하는 「능력주의」를 가미한 「한국형 연봉제」다. 투입노력의 성과에 관계없이 한솥밥 식구이기 때문에 균등하게 나누어 생활보장을 중시하는 연공급에 종사업무에 따른 직무급, 보유한 능력에 따른 직능급, 발휘한 성과에 따른 성과급을 합쳐 투입노력에 상응하는 공헌도를 비교상대와 공평하게 더해주는 절충방식이다.
물론 공평성과 균등성에 대한 선호도가 사람과 직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개별종사자의 능력, 실적, 그리고 공헌도에 대한 평가기준이 투명하게 세워져야하고, 쌍방이 납득할 수 있는 평가계약에 의해 연간 임금액이 결정돼야 하는 능력중시형 임금지급체계가 자리잡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절충형 「한국형 연봉제」로 우리가 최상으로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최고로 개인능력을 쌓을 수 있는지 따져 한단계 더 뛰어 넘어야 한다. 이 연봉제마저도 근로자 몫을 줄이고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노조가 나서서 반대한다면, 순수연봉제를 공직자에게까지 적용하고, 자유로운 근로계약제를 채택해 유연한 노동시장을 가진 나라의 기업들과 어떻게 우리기업이 경쟁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첫째 기업의 수요에 맞는 더 자유로운 「연봉제」를 기업과 기업종사사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한국형 연봉제」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안된다. 노동력을 생산요소로 비하시켜서는 안된다. 창조력과 열의가 없는 노동의 투입시간 증가만으로 경제를 회생시킬 수는 엇다. 근로자에게 선택권을 주고 기업경영자에게 경영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기업 스스로 연봉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관리직과 전문직 등 연봉제 적용대상자에게는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근로기준법에 근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둘째 연봉제 도입은 기업자체의 경쟁력 향상이라는 경영혁신과 함께 고려돼야 한다. 고비용 구조가 해소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임금수준이 낮아져야 하나 자신이 받는 임금은 생산성이나 능력에 비해 낮다는 생각을 대부분의 근로자가 가지고 있다면 시장의 검증을 받도록 해야한다. 연봉제 선택은 기업의 경쟁력향상 전략선정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근로자들의 능력과 열의가 보상받는 연봉제나 총액임금체제가 되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진정한 평가는 회사내에서의 근무평점이나 고과산정이 아니라 외부시장에서의 능력 평가이다.<정진호 한국경제연 연구원>
□약력
▲50년 인천생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인디아나대 경제학박사
▲시카고대학 경영대학원 계량경제학과 객원교수
◎노조약화·노동강도 심화 불 보듯/직장내 불화·조직력 저해 등 “소탐대실”/능력평가 객관성·인사 공정성도 의문/임금하락 금지·능력개발등 전제 도입 최소화를
92년도 총액임금제 논의와 함께 거론되던 연봉제가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다시 도입되고 있다. 당시는 임금억제를 목적으로 논의되었으며 따라서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최근의 연봉제는 기업이 임금체제 개편과 인사·노무정책의 중대한 전환으로 도입되고 있다.
연봉제는 단순히 임금지급단위 기간을 월에서 연으로 바꾸는 임금형태의 변경이 아니라 지급기준, 지급방법 등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인사노무제도이다. 즉 인사고과에 의한 능력평가를 기초로 개인의 임금을 연봉으로 정하고 이를 매월 분할 지급하는 것이다.
이때 물론 개인의 연봉은 사용자와 본인만이 알고 타인은 알지 못하게하여 연봉의 결정도 사용자와 근로자 개인이 1대1로 결정한다. 기업이 이러한 연봉제를 도입하게 된 것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배경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기업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으며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능력위주, 성과위주의 인력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과거 저임금·고성장체제에서 고임금·저성장체제로 전환되면서 기업의 성장도 정체되고 승진적체, 고령화 등에 대응하는 새로운 인사노무정책이 요구되었다. 즉 기업은 치열한 경쟁을 극복하고 경영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종업원의 의욕과 능력을 극대화하여 기업을 발전시키는 수단으로서 연봉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봉제는 아직 고위관리직에 한정되어 있고 선구적으로 연봉제를 도입한 D그룹조차도 일반사무직 및 생산직 노동자에 대한 연봉제 도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함으로써 제한적인 임금제도 개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연봉제는 기업이 추구하는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오지는 않으며 여러가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데 이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순수한 연봉제보다는 연공적 요소를 가미한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사회·문화·역사적 관행의 풍토를 벗어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연봉제는 근로자들을 개별화시켜 직장내의 화합을 깨고 근로자간의 경쟁을 유발하여 노동강도를 강화한다. 개인의 업적과 능력에 대한 평가에 기초하여 연봉이 결정되고 또한 연봉협상도 사용자와 1대1로 진행됨에 따라 옆에서 일하는 동료의 임금이 얼마인지 알 수 없으며 오로지 상사와 개인의 수직적 관계만이 있을 뿐이다. 이는 연봉제를 실시하는 기업의 경우 일대일로 결정되는 임금을 본인만이 알 수 있도록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철저하게 개별화하여 회사에 충성만을 강요할 뿐이다. 이러한 개별화는 개인으로 하여금 회사를 위하여 최대한의 노동력을 지출하도록 하는데는 효과적이지만 조직력과 팀웍이 강조되는 일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최근 경영합리화의 일환으로 팀제가 확산되는 중에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기초로한 연봉제는 팀 단위의 성과와 일치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즉 팀원의 합심노력으로 발생한 성과를 팀장이 독식하는 불합리가 있으며 팀장은 자신의 고과점수를 높이기 위해 부하직원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연봉제가 성과와 업적평가가 비교적 용이한 간부직에만 적용될 경우 이러한 모순은 더욱 커진다. 나아가 고과에서의 평가를 높게받기 위해 자신있는 업무만을 맡고자 하는 경향이 발생하며 자신의 능력을 한쪽으로 편중된 방향으로 개발함으로써 연관된 직무와 전체업무를 보는 균형된 시각을 갖기 어렵다.
또한 연봉제는 제도의 핵심인 평가제도 즉 인사고과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있어 근로자의 동의를 확보하기 어렵다. 더욱이 개인주의적 직무평가의 전통이 부족하고 온정적 기업문화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는 쉽지 않으며 이는 피고과자인 근로자의 사기저하와 상호간의 편견을 조장하여 근로자간의 갈등과 부조화를 초래할 것이다.
연봉제가 가져오는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약화시키고 이는 사업장의 산업평화를 해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근로자가 개별화되고 경쟁을 하게되면 직장동료로서의 동질감과 연대감을 갖기보다는 경쟁상대로 의식하고 갈등을 초래하며 조합활동보다는 고과에서 보다좋은 점수를 얻기위해 직무성과에만 치중할 것이다. 노동조합의 행사에 참여하기 보다는 회사의 일을 함으로써 높은 점수를 얻고자 할 것이며 이는 또한 회사가 연봉제를 실시함으로써 노리는 효과다.
이밖에 연봉제는 근로기준법에서 상정하고 있는 임금형태가 아니므로 근기법의 각종 규정과 불합치문제, 장기근속자의 경험 및 경륜의 사장, 능력개발 프로그램의 부실화, 문화적 마찰 등의 문제점이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임금체계의 개편을 위해 능력급·성과급으로서 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은 극히 일부의 제한된 직종에 그쳐야하며 평가제도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 능력개발프로그램의 내실화, 그리고 감액금지와 물가인상분의 반영 등 생활수준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전제로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조한천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약 력
▲42년 충남 태안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
▲한국노총 정책연구실장
▲노동부 중앙직업안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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