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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1년] 개혁에 성공하려면

한일합방과 6·25전쟁과 함께 우리 역사상 3대 국난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접어든지 1년.지난 1년동안 우리는 눈물을 흘렸고, 입술을 깨물었고, 허리를 졸랐다. 고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 위기와 질곡에서 벗어나는 길을 여러모로 찾았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변화와 개혁」밖에 없다고. 변화에 둔감하고, 위기에 안이하게 대처해 자초한 경제주권의 상실. 이제 그 주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개혁으로 급변하는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개혁없이 우리의 미래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민족의 미래가 걸려있는 개혁. 도대체 어떻게 해야 성공할 것인가. 개혁은 변화다. 틀을 바꾸는 작업이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것이 성공하면 얼마나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를 애써 외면하려 한다. 특히 기득권층 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그들에게 있어 변화는 손실로 인식되며, 두려움이다. 기득권층은 힘을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개혁에는 필연적으로 강력한 저항이 뒤따르게 된다. 이들의 저항을 무너뜨리거나 개혁 세력으로 흡수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게 말 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인류의 사실(史實)을 들을 필요없이 우리나라의 상황만 봐도 이것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해방 이후 정권이 바뀔때 마다 집권세력들은 『개혁 또 개혁』『개혁만이 살길이다』를 되풀이해서 외쳤다. 되풀이됐다는 것은 성공하지 못했다(실패했다)는 뜻이다. 개혁은 정권이 나서서도 성공시키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작업이다. 국민의 정부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분야에서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되풀이되는 개혁의 범주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개혁정권 답게 뭔가 다른 결과를 이끌어낼 것인가.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고, 이것을 실천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로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육현표 수석연구원은 『개혁의 성패는 톱이 어느 정도의 열정(PASSION)을 갖고, 어떠한 비전을 제시하며, 얼마나 전문가 집단(TECHNOCRAT)을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3박자가 조화를 이룰때 개혁 초기에 나타나는 「일시적 변화」가 아닌, 본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에 대한 자신(톱)의 의지에 이에 동참하는 소수의 의지(전문가집단)를 접목시킨 뒤 대다수의 공감(비전)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어렵다」. 그동안 우리가 수도 없이 목도한 「실패한 개혁」은 톱(리더)의 독선이든, 남의 머리를 잘 못 빌렸든,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든 한가지 이상의 이유를 갖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성공적인 개혁」은 이같은 대전제에다 구체적인 실행지침이 필요하다. 첫째는 일관된 원칙. 정치권에 대한 사정이라면 여야의 구분이 없어야 하고, 재벌개혁이라면 시장경제의 원리가 전제돼야 한다. 두번째는 뚜렷한 개혁의 목표. 목표가 분명할 때 혼란이 없고, 개혁세력의 동요를 막을 수 있다. 국제경쟁력향상(경제), 삶의질 향상(사회), 돈안드는 선거(정치) 등이 그 예. 세번째는 가시적 성과의 도출. 아무리 장기비전이 좋다 해도 가시적 성과가 없다면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개혁은 구성원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한다. 고통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일시적이며, 끝내는 「보다 좋은 것」이 보장된다는 의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 출발이 바로 가시적인 성과다. 개혁은 동결(凍結)-해빙(海氷)-재동결(再凍結)을 순환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성과를 만들어내면서 목표를 달성해 간다. 네번째는 후속조치의 개발. 어떤 개혁도 한번에 완벽한 모습을 그려낼 수는 없다. 아무리 뛰어난 리더가 개혁을 추진해도 한순간에 모든 것을 바꿔버릴 수는 없다.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혁명이며, 혁명의 결과는 대체로 단기적이다. 흙으로 도자기를 만들어 나가듯이 시행착오와 재설계, 수정을 통해 제도를 보완해가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성공요건이다. 다섯번째는 종합적인 개혁이다. 경제구조가 어느 정도 선진화된 나라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결코 하나씩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개혁이든 종합적, 총체적으로 추진돼야 성공에 좀더 가까이 갈 수 있다. 경제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사회적으로 이를 수용하고, 견제할 수 있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개혁의 성공. 그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우리가 가야만 할 길이다. 다음의 경구를 가슴에 새기고. 『내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견디는 용기와 통찰력이 지금 개혁을 위해 가장 소중하고 필요한 덕목이다』(김대중·金大中대통령) 『개혁에 U턴은 없다』(토니 불레어 영국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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