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인플루엔자A(H1N1ㆍ신종플루)가 첫 발생할 당시만 해도 경제에 대한 영향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해보였다. 영향을 언급하기에는 경제적 파급이 미약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확산 속도가 급속하게 빨라지면서 신종플루가 국내 경기에도 회복의 최대 복병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점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은 당장 교육ㆍ서비스 등 일부 부문의 성장률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3ㆍ4분기 교육서비스업 국내총생산(GDP)은 외환위기 직후인 10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줄었다. 신종플루가 퍼지면서 사설학원 등 교육서비스업이 타격을 입는데다 호텔ㆍ콘도ㆍ연수원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종플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내부적으로 보고 있으며 시나리오별 영향과 이에 대한 대책을 검토 중"이라며 "내년 655억원을 배정한 예산을 상황이 악화될 경우 추가 투입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종플루 경제회복 발목 잡나=신종플루는 일단 경제에 심리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유행병으로 확산되며 사회ㆍ경제적 활동을 위축시키고 성장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현실적 측면에서 사실상 가능성이 없지만 신종플루로 GDP 성장률이 7.8%포인트까지 낮아질 것이란 추정까지 나올 정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호주 국립대학의 워윅 매키빈 교수와 보건전문가 알렉산드라 시도렌코 박사가 전염병 사례별로 GDP 감소분을 연구한 결과를 인용, 신종플루가 지난 1968년 전세계적으로 140만명이 사망한 '홍콩독감'과 비슷한 규모로 확산되면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 1918~1920년 7,110만명이 사망한 '스페인 독감'처럼 걷잡을 수 없이 퍼질 경우 7.8%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물론 지금은 스페인 독감은 물론 홍콩 독감 당시보다 대처 능력이 향상됐기 때문에 성장률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적을 것이란 분석이 많은 게 사실이다. 정부도 신종플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장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경기회복 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7일 기준 전세계에서 확인된 감염자는 41만여명, 사망자가 5,000여명으로 집계됐지만 홍콩 독감의 피해규모에는 못 미치고 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신종플루의 영향을 분석하는 것은 북한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북한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듯 신종플루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물 부문에서 일정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서비스업은 직격탄을 입을 것으로보이고 여타 1ㆍ2차 산업도 제한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플루의 확산은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최소 39개국에서 신종플루와 관련해 검역 강화나 통관 장기화 등 교역규제가 취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대책마련 분주… 과장은 금물=정부는 신종플루가 확산되며 올해 5,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예방백신과 항바이러스제를 확보한 데 이어 내년에도 655억원을 편성, 타미플루 비축, 격리시설 확충에 사용할 방침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대규모 재정집행을 통해 예방백신과 타미플루를 충분히 확보해 내년에는 타미플루 추가 확보에만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상황이 악화된다면 언제든 예비비를 통해 재정지출을 늘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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